정부가 근로소득 상위 10%의 고임금자는 임금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직접 압박하기 시작했다. ‘연봉 6800만원 이상’이라는 구체적 액수까지 제시했다. 1억원 이상 받는 임직원과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조선 철강 등 5대 업종, 공공기관 등에 임금 인상 자제를 중점 지도·관리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러나 임금 인상을 억제해 줄인 비용을 협력업체나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쓰도록 강제할 수단이 없어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정부가 구조개선을 넘어 민간 노사관계 자율로 맡겨야 하는 임금 조정까지 개입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반발도 나온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3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갖고 “근로소득 상위 10% 수준인 연 임금 6800만원 이상 임직원의 임금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10% 이상 소득자에 대한 임금 인상 자제를 누차 강조해 왔지만 구체적인 금액까지 제시한 것은 처음이다. 연 임금이 1억원을 넘는 임원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접 지도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이 장관은 “1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연 1억원 이상 받는 임원에 대해서는 임금 인상 자제를 집중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특히 공공기관과 함께 자동차 정유 조선 금융 철강 등 5개 업종이 집중 관리 대상이라고 겨냥했다. 이들은 국민총소득(GNI) 대비 임금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정부의 인식이다. 이 장관은 “국민총소득보다 임금 수준이 크게 높은 분야와 모범을 보여야 하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임금 인상 자제를 강력히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공기관을 제외한 민간의 경우 임금 인상폭은 노사 간 협상에 의해 결정해야 하는 자율 영역이다. 정부가 기업 CEO를 대상으로 임금 인상 자제를 강권해봐야 노사 간 갈등 요소만 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기업이 정규직의 임금 인상 자제를 통해 비용을 줄였다 하더라도 이를 협력업체나 비정규직 근로자 처우 개선을 위해 쓰도록 강제하거나 확인할 수단은 마땅치 않다. 상생협력기금이나 사내근로복지기금 등을 활용할 경우 세제 지원을 하는 유인책뿐이다. 일반 중산층 근로소득자의 임금 동결을 요구하는 것보다 대기업 CEO 등 초고소득자의 연봉 양보를 요구하는 것이 공감을 얻기 쉬울 것이라는 반발도 나온다.
노동계 관계자는 “대·중소기업 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구조개혁이 쉽지 않은 것은 알지만 그 책임을 선량한 근로소득자에게 묻는 것처럼 보여서는 공감을 얻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정부 “연봉 6800만원 넘으면 인상 자제를”
입력 2016-04-28 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