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권에서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시장과 함께 ‘해외주식 투자전용 펀드’(비과세 해외주식펀드) 시장을 누가 얼마나 가져가느냐가 주된 관심사다. 해외주식 매매·평가차익과 환차익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 비과세 해외주식펀드는 정부가 개인투자자들의 해외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2007∼2009년 시행된 이후 7년 만에 부활시켰다.
ISA보다 2주 앞서 2월 29일 출시됐지만 판매 성적은 아직 기대에 못 미친다. 3월 한 달 동안 6만6660개 계좌가 개설되고 2551억원의 투자금이 유입됐다. 2007년 6월 제도를 처음 도입했을 때 한 달간 유입된 금액의 20%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해외펀드 활성화 초기와 지금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며 “아직은 투자자들이 관망하는 분위기인데 글로벌 증시가 개선되면 해외펀드가 인기를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주식펀드는 판매 수수료와 보수가 짭짤해 펀드 판매사인 증권사로서는 놓쳐선 안 될 수익원이다. 이에 증권업계는 과거의 해외펀드 붐이 다시 일어나기를 기대하며 가입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출시 첫날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미래에셋증권 여의도 영업부를 직접 찾아와 1호 가입자가 됐다. 황 회장은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와 합병을 앞둔 미래에셋증권이 글로벌 대형 증권사로 발전하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미래에셋증권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은 비과세 해외주식펀드 가입 시점에 강세장이 예상되는 국가별 조합을 추천해주는 ‘QV 해외주식 투자전용 펀드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비과세 해외주식펀드는 한시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주의할 점이 많다. 미래에셋증권은 “내년 말까지는 자유롭게 매매가 되지만 2018년부터는 보유 펀드의 추가 매수만 가능하기 때문에 여러 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게 필수”라며 펀드 내에서 알아서 자산배분을 해주는 펀드나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섹터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했다. 삼성증권은 “국내 상장된 해외주식투자 상장지수펀드(ETF)도 가능하기 때문에 단기적 시장 대응에는 ETF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신규 펀드에 가입할 수 없는 2018년 이후에 보유 펀드를 매도할 경우 전액 환매하지 말고 일부를 남겨서 차후에 다시 활용할 것을 권했다.
증권사들의 추천 상품도 다양하다. 하나금융투자는 선진국 비중 90% 이상에 고배당주와 배당성장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피델리티글로벌배당인컴’을 추천했다. 이 펀드는 비과세 해외주식펀드 출시 이후 설정액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중국 본토에 상장된 주식 중 중소형 종목에 투자하는 ‘삼성중국본토중소형FOCUS’를 추천했다. 중국 경제개혁의 수혜 업종에 투자하는 펀드다. 대신증권은 달러 투자 상품인 ‘대신글로벌고배당주 펀드’를 선보이고 있다. 달러자산 가치가 계속 커질 것으로 보는 대신증권의 투자 관점에 근거한 전략 상품이다.
판촉 이벤트도 다양하다. 유안타증권은 5월 말까지 거치식 가입 고객에게 매수 금액에 따라 캐시백으로 최대 3만원을 지급하고, 적립식 가입 고객에게는 편의점 상품권을 증정한다.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 등 나머지 증권사들도 상품권이나 경품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비과세 해외펀드’ 지난 2월 출시 후 2551억 유입… 아직은 걸음마
입력 2016-04-28 1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