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임원만 25% 감축… ‘겉도는 구조조정’

입력 2016-04-28 19:05
현대중공업그룹이 전체 임원의 25%를 감축하기로 했다. 정부가 조선업계에 더 높은 수준의 자구안을 요구한 뒤 나온 첫 인력 감축안이다. 1위 기업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조선사들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계에서만 3만개의 일자리가 올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 관련 계열사의 기존 임원을 감축하는 상반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고 28일 밝혔다. 그룹 전체 임원은 약 250명으로 파악된다. 이에 임원 60명 정도가 옷을 벗게 됐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창사 이래 최악의 일감부족 현상이 눈앞에 다가오는 상황에서 임원부터 대폭 감축함으로써 생존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생산직 등 현장 인력에 대한 감축안은 이번 자구안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업계 일각에는 노조의 눈치를 보며 속도조절을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측은 “낮은 단계에서부터 차례로 비용절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원 감축은 구조조정의 최종 단계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사장단의 급여 전액 등 모든 임원이 급여의 50%까지 반납하고 있고, 다음 달부터는 휴일·연장근무도 없애기로 했다.

하지만 내년부터 일감이 대폭 줄어들면 결국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미리 인력감축 계획을 세워서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독(선박건조시설)이 돌아가고 있어 인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수주잔고가 바닥나는 내년부터는 대다수 조선사들이 더 심각한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선제적으로 임원을 감축하면서 지난해 임원 30%를 줄였던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추가 임원 감축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측은 “추가 인력 감축에 대해선 정해진 바 없다”며 내부적으로 자구안을 수립 중이라고 했다. 이들 업체 역시 우선 임원 숫자부터 줄인 뒤 희망퇴직을 통해 일반 직원까지 감축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현대중공업의 임원 감축을 두고 직원 구조조정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은 2019년까지 인력 3000명을 감축해 전체 인원을 1만명 수준으로 줄이는 구조조정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을 향해 인력 감축안을 제시하라고 거듭 압박하면서 구조조정 폭이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수시 희망퇴직과 정년퇴직에 따라 각각 1000명 수준의 본사 인력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호황기 때 고용된 협력업체 직원들의 대량 실업과 업체들의 폐업이 동시에 나타날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일감이 떨어지면서 본사와의 계약이 끝나는 협력업체 인원까지 감안하면 최대 3만명 안팎의 조선업계 인력이 올해 실업자로 전락할 수 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