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반구대 암각화 보존 대책으로 정부가 추진해온 가변형 물막이(카이네틱 댐) 설치를 위한 2차 검증 실험이 연기됐다.
28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물막이 설계·제작사인 포스코A&C는 검증 실험을 위해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하천에 설치한 물막이 모형의 일부를 지난 26일 무단 철거했다. 문화재청과 울산시, 울주군 등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 사전 실험에서 모형 구조물의 볼트와 바닥 등에서 누수가 발생하고 구조물 일부가 파손됨에 따라 포스코A&C가 이날 야간에 울산시 등 실험 주관 기관들의 동의도 없이 모형을 철거했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포스코A&C에 모형을 즉시 원상복구하라고 요청했으나 복원에는 시일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28일로 예정됐던 2차 검증 실험 날짜를 5월 초로 연기하기로 했다. 2차 검증 실험에는 14명으로 구성된 기술검증평가단이 참관하고, 평가단은 1주일 후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한다. 문화재청은 이 보고서를 토대로 가변형 물막이 추진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시행된 1차 모형 실험에서도 누수가 발생했다.
사전 실험을 해보고 하자가 생기자 하루 전에 갑자기 2차 테스트를 연기한 것에 대해 가변형 물막이의 실패 판정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울산시는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한 방법으로 지난 2013년 6월부터 가변형 물막이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암각화에서 16∼20m 떨어진 지점에 길이 55m, 너비 16∼18m, 높이 16m의 반원형 임시 제방을 세워 물길을 차단한다는 이 방법은 전문가들로부터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반구대 암각화 물막이 실험 연기
입력 2016-04-28 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