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잇템’ 아이폰의 추락

입력 2016-04-28 18:12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쿠퍼티노의 애플 본사에서 신제품을 발표하던 중 근심에 찬 표정을 짓고 있다. AP뉴시스

중국 베이징에서 기업홍보 일을 하는 직장여성 모첸(26)은 아이폰5를 아직 쓰고 있다. 지난해 아이폰6와 후속작 6s가 나왔을 때 “너무 못생겼다”라는 생각에 사지 않았다. 직장동료와 친구 대부분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쓴다. 첸 역시 다음 아이폰 모델이 어지간히 새롭지 않다면 한국 브랜드나 중국의 ZTE 제품을 사는 걸 생각 중이다.

중국 젊은층의 부와 패션을 상징하던 ‘잇템’ 아이폰이 지위를 급속하게 잃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애플의 2분기 실적발표에서 13년 만에 처음 아이폰 판매량이 감소한 것도 첸과 같은 중국의 젊은 중산층을 붙잡지 못한 게 원인이라고 27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애플의 성장세는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이 선전한 덕이 컸다. 주요 소비자로 부상한 청년 중산층은 아이폰을 지위를 나타내거나 유행에 맞추는 필수 아이템으로 인식했다. 아이폰 수요가 늘면서 지난 4년간 애플은 한두 곳에 불과하던 중국 점포를 35개까지 늘렸다. 오는 6월까지 점포는 40개로 늘어난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비협조, 후속작의 실패, 경쟁 브랜드의 선전이 맞물리면서 아이폰의 지위는 급속히 추락했다. 지난주 애플의 아이북스와 아이튠스 영화 서비스는 시작된 지 반 년 만에 중국 정부에 의해 차단됐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최신 모델 6s는 이전 모델인 6와 차이가 거의 없다는 평가를 받으며 판매가 줄었다. 자기주도적 성향이 강해진 중국의 젊은 소비층은 다른 브랜드로 갈아타는 것도 순식간이다. 이들은 ‘가성비’가 좋은 삼성이나 화웨이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