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새누리·더민주 원내대표 경선은 ‘박지원 선거’

입력 2016-04-29 00:44 수정 2016-04-29 04:00
국민의당 원내대표로 추대된 박지원 의원(오른쪽)이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이상민 법사위원장과 인사하다 함께 웃고 있다. 이동희 기자

국민의당 원내대표로 ‘정치 9단’ 박지원 의원이 추대되면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이 ‘박지원 선거’로 흐를 조짐이다. 38석의 제3당 국민의당에 여야 협상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양당 내부에선 박 의원에 정치적 무게감이 뒤지지 않는 맞수 찾기에 분주한 표정이다.

다음달 3일 원내대표 경선을 치르는 새누리당 내부에선 김대중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과 장관 등을 지냈고, 원내대표만 세 번째인 박 의원이 사안별 ‘합종연횡’을 통해 정국을 주도하는 전략을 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박 의원의 노회한 전략에 말려들지 않을 수 있는 정치력과 경륜을 갖춘 인사를 원내사령탑에 앉혀야 한다는 주장도 새롭게 제기된다. 4선이 된 김재경 김정훈 나경원 정진석 유기준 의원 등 현재의 원내대표 후보군보다 다선 의원 중에서 원내대표를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28일 “박 의원은 야당 의원이라고 믿기 힘든 정보력과 양보하는 것 같으면서도 실익을 챙기는 정치력을 원내대표 시절 보여준 바 있다”며 “여소야대 정국에서 박 의원을 상대하기 위해선 노련한 전략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원내대표 물망에 오른 인사들도 ‘내가 맞수’라는 홍보전에 돌입했다. 정진석 당선인은 기자(미국 특파원) 시절인 1988년부터 박 의원과 알고 지냈으며, 2010년 이명박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재임 당시 야당 원내대표였던 박 의원을 상대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선거 참패 후 자숙 모드였던 친박(친박근혜)계 후보들은 박 의원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주류가 원내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당내 유일 서울 4선 의원으로 대중적 인기가 높은 나경원 의원도 박 의원에 밀리지 않는 정치력을 강조하며 의원들을 상대로 한 물밑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선 ‘박지원발’ 정계 개편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김대중정부 실세로 ‘DJP 연합’ 및 자민련과 연정을 경험했던 박 의원이 박근혜정부와 정책 공조를 바탕으로 한 연정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달 4일 원내대표 경선을 치를 더민주도 박 의원이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다. 4선 중에는 강창일 이상민 변재일 안민석 의원이, 3선에서는 노웅래 민병두 우원식 우상호 홍영표 의원 등이 출마를 확정했거나 검토 중이다. 이들은 저마다 ‘내가 박 의원과 맞설 적임자’라고 주장한다.

민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박 의원은 20여년 동안 쭉 지켜봤고, 공·사석에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아 장점을 충분히 다 안다”며 “제가 그 장점을 살릴 수 있고 전략적 감각을 키우고 정책을 생산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오랫동안 훈련을 해왔다”고 했다.

강 의원은 “4선은 돼야 박 의원을 상대할 수 있다”는 ‘다선론’을 주장했다. 이 의원은 법사위원회에서 함께 일하며 ‘손발’을 맞춰봤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우원식 의원은 “박 의원이 원내대표일 때 원내대변인을 했다”며 인연을 강조하고 나섰다.

안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에 나와 “타협과 협상, 실리를 중요시하는 권도정치의 대가 박 의원에 대응할 만한 원내대표를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경륜과 권도정치에 대응할 수 있는 분을 합의 추대할 필요도 있다”는 주장까지 했다.

한장희 문동성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