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책은행, 기업 구조조정 능력과 의지는 있나

입력 2016-04-28 19:43
청와대와 KDB산업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자금 마련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8일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구조조정을 집도하는 국책은행의 지원 여력을 선제적으로 확충해 놓을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 선진국들이 펼친 무차별적인 돈풀기식 양적완화가 아니라 꼭 필요한 부분의 지원이 이뤄지는 선별적 양적완화 방식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은행의 국책은행 지원을 통한 ‘한국판 양적완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은행이 제시한 한은의 지원 방안은 산업금융채권 매입, 후순위채 인수, 자본금 확충 등 세 가지다. 이대현 산은 부행장은 “한은이 후순위채를 인수하거나 자본금을 주는 방안(출자)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수출입은행에 출자할 수 있다. 하지만 한은이 산은에 출자하거나 산업금융채를 매입하려면 산업은행법이나 한국은행법을 고쳐야 한다. 한은이 산은의 후순위채를 인수하려면 한은법에 따라 정부 보증이 필요하다. 중앙은행이 후순위채를 인수하는 방안은 국민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진해야 한다. 거론되는 방안 모두 국회의 협조가 필요하다. 두 야당은 한은법 개정을 통한 자금 지원에 반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한국판 양적완화 카드를 쓰려면 두 야당부터 설득해야 한다.

정부는 채권단과 해당 기업의 구조조정을 독려하고 있다. 산은과 수은이 부실기업 수술을 전담하는 구조다. 문제는 두 은행이 과감하고 용의주도하게 산업·기업별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느냐는 점이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을 자회사로 편입했으나 적자만 천문학적 규모로 키웠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거액의 배당수익을 챙겼고, 산은 퇴직자들은 대우조선해양 임직원으로 재취업했다. 이런 탓에 산은이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방치·은폐한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산은과 수은이 대우조선해양·STX조선해양·성동조선해양·현대상선·한진해운 등 조선·해운업체에 빌려준 돈만 20조원을 웃돈다. 산은과 수은의 부채비율은 각각 811%와 644%에 달한다. 두 은행 임직원들은 대기업보다 훨씬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

국책은행이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투입하는 재원은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살릴 기업은 살리고 좀비기업은 퇴출시켜야 한다. 회생 기업 매각대금과 부실기업 청산비용을 먼저 새로운 구조조정 자금으로 쓰고 그래도 부족하면 국민에게 손을 벌려야 한다. 국민 혈세를 허투루 썼으면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도 져야 마땅하다. 감사원이 지난 2월 산은을 상대로 감사를 마쳤고, 금융위원회는 산은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감사원과 금융위는 국책은행의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엄정하게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