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뱅’ ‘빅보이’ 메이저리그 본격 공략

입력 2016-04-28 21:31

초반 적응기를 마친 한국산 거포들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본격 공략하고 있다. 박병호(30)는 미네소타 트윈스의 클린업 트리오 중 한 명으로 자리를 잡았고, 이대호(34)는 시애틀 매리너스의 플래툰 시스템을 뚫고 출전 횟수를 점차 늘리고 있다.

박병호는 28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홈경기에서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1홈런) 2타점을 작성했다. 4-6으로 뒤진 6회말 1사에선 솔로 홈런을 때렸다. 지난 20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경기(5대 6 패)로부터 5경기 만에 폭발한 올 시즌 5호 홈런이다.

미네소타가 측정한 비거리는 135m. 당초 140m를 넘겼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만큼 큼직한 타구였다. 공은 가운데 담장을 넘겨 배터스 아이(타자의 시야 확보를 위해 전광판 아래 어둡게 칠한 넓적한 판)를 치고 그라운드로 떨어졌다. 미네소타는 이 홈런으로 1점차까지 추격했지만 더 이상 점수 차를 좁히지 못했다.

박병호는 결장이나 대타 출전이 많았던 지난주 인터리그 일정을 넘긴 뒤부터 중심타선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지난 25일 워싱턴 내셔널스 원정 3차전(5대 6 패)에서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뒤 한 경기를 빼고 모두 4∼5번 타순에 자리했다. 조 마우어, 미구엘 사노와 함께 클린업 트리오로 자리를 잡는 모양새다.

박병호의 경쟁력은 단연 장타다. 박병호가 지금까지 때린 홈런의 평균 비거리는 132.6m. 외야 왼쪽은 멀고, 오른쪽은 담장이 높아 투수친화적이란 평가를 받는 홈구장 타깃필드도 박병호에겐 고민거리가 아니다. 지금까지 때린 14개의 안타 중 홈런이 5개, 2루타가 4개일 정도로 박병호의 타격에서 장타 비중은 높다. 한때 1할대로 처졌던 타율은 0.241로 안정을 되찾았다.

이대호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이대호는 같은 날 워싱턴주 시애틀 세이프코필드에서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홈 3차전에서 7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전날 11대 1로 대승했던 홈 2차전에서 4타수 2안타로 메이저리그 첫 멀티히트를 작성한 뒤 2경기 연속 선발의 기회를 잡았다.

휴스턴의 선발투수는 콜린 맥휴. 이 팀을 대표하는 우완투수 중 한 명이다. 스캇 서비스 감독은 그동안 좌완투수를 상대할 때만 이대호를 투입했지만, 이날만큼은 이례적으로 선발 타순에 넣었다. 포지션 경쟁을 유발하는 시애틀의 플래툰 시스템에서 이대호의 파트너로 볼 수 있는 아담 린드는 5번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서비스 감독이 작성한 타순은 일정하지 않은 출전기회 속에서 2할8푼대의 꾸준한 타율을 유지한 이대호를 신뢰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대호는 4대 7로 패배한 시애틀에서 4개뿐이었던 안타 중 하나를 쳐냈다. 서비스 감독의 신뢰에 부응하기엔 부족했지만 전체적으로 부진했던 시애틀 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