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S7, 영업익 6조7000억 견인… 아이폰은 中서 ‘아차차’

입력 2016-04-29 04:05

삼성전자는 1분기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부문 영업이익이 3조8900억원을 기록했다고 28일 공시했다. 2014년 2분기 이후 7분기 만에 영업이익 3조원대를 회복했다. 스마트폰 실적 회복으로 삼성전자는 1분기 매출 49조7800억원, 영업이익 6조6800억원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성과는 스마트폰 시장 최대 라이벌인 애플의 성적표와 상반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반등에 성공한 반면 애플은 처음으로 아이폰 판매 부진이라는 상황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희비가 엇갈린 것은 중국 시장에서의 입지 변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한때 중국 시장에서 1위였으나 화웨이, 샤오미 등에 맹추격을 당했고 현재는 5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황이다. 뒤집어 말하면 더 잃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 갤럭시S7을 앞세워 새롭게 출발하는 시점이다.

반면 애플은 삼성전자가 겪었던 전철을 이제 밟고 있다. 애플은 1년 만에 중국에서 26%의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중국에서 아이폰 수요는 포화상태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중국 젊은층의 부와 패션을 상징하던 ‘잇템’ 아이폰이 지위를 급속하게 잃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의 1분기 실적 부진이 중국 젊은 층을 붙잡지 못한 게 원인이라는 것이다.

애플의 성장세는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이 선전한 덕이 컸다. 주요 소비자로 부상한 청년 중산층은 아이폰을 지위를 나타내거나 유행에 맞추는 필수 아이템으로 인식했다. 아이폰 수요가 늘면서 지난 4년간 애플은 한두 곳에 불과하던 중국 점포를 35개까지 늘렸다. 오는 6월까지 점포는 40개로 늘어난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비협조, 기대에 못 미친 아이폰6s의 인기, 중국 현지 업체의 부상 등이 맞물리면서 아이폰의 지위는 급속히 추락했다. 지난주 애플의 아이북스와 아이튠스 영화 서비스는 시작된 지 반년 만에 중국 정부에 의해 차단됐다.

삼성전자가 지난해와 달리 갤럭시S7을 3월에 판매한 것도 1분기 실적에 큰 영향을 줬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갤럭시S 시리즈를 4월에 판매했는데 올해는 한 달 앞당기면서 신제품 출시 효과가 1분기 실적에 반영된 것이다.

게다가 갤럭시S7 초기 반응은 갤럭시S6보다 더 뜨겁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이경태 전무는 “갤럭시S7은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전역에서 좋은 판매 실적을 거두고 있다”면서 “특히 전작보다 셀아웃(소비자 구매)도 호조세”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휴대전화 판매량이 9200만대이며 이 중 스마트폰 비중이 80% 중반 수준이라고 밝혔다.

중저가 라인업의 경쟁력을 강화한 것도 삼성전자에 호재로 작용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 정체를 보이면서 중저가 시장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A5, A7 등에 삼성페이를 탑재하고, 인도 시장에 갤럭시J, 타이젠 운영체제(OS)를 탑재한 Z3 등 저가 제품을 발 빠르게 내놓으며 시장을 사수했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중저가 풀메탈 스마트폰 갤럭시 C시리즈를 중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반면 프리미엄 스마트폰 아이폰6s 하나로 버티던 애플은 올해 3월 좀 더 저렴한 아이폰SE를 출시했지만 시장의 판도를 흔들 정도의 반응은 얻지 못하고 있다.

하드웨어 부문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격차가 벌어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소프트웨어의 차이가 줄어들면서 하드웨어의 격차가 상대적으로 더 도드라져 보인다는 것이다. 안드로이드 OS가 개선되면서 애플 iOS와 기능과 안정성 측면에서 격차는 많이 줄어들었다. 반면 애플의 하드웨어 발전 속도는 삼성전자에 비해 더딘 편이다. 삼성전자는 QHD 해상도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고화질 카메라, 방수·방진 기능 등을 갤럭시S7에 채택하면서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반면 아이폰은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만 업그레이드 했을 뿐 디스플레이 해상도, 카메라, 배터리 등에서 별다른 개선이 없다. 아이폰SE는 일부 기능을 제외하곤 3년 전 나온 아이폰5s와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준엽 조효석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