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위 10% 임금 동결보다 공무원 연봉부터 묶어야

입력 2016-04-28 19:42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28일 30대 그룹 최고경영자들과 만나 근로소득 상위 10% 임직원의 임금 인상을 자제할 것을 요구했다. 기준 금액을 연봉 6800만원 이상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는 청년고용 확대와 기존 근로자 고용 안정을 위해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고통을 나누자는 이 장관의 취지는 이해된다. 그러나 적합성과 현실성을 따져볼 때 너무 관료적 발상 같다.

우선 정부가 민간 영역을 지나치게 통제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가이드라인 금액까지 제시하면서 옥죄는 것은 민간의 자율성을 해치는 것은 물론 시장경제 근간을 침해하는 것이다. 명분으로 든 청년고용 확대 등과의 연계도 설득력이 약하다. 정부는 올해부터 60세 정년 의무화를 시행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밀어붙였다. 절감된 재원으로 청년고용을 확대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올해 초 한국노총이 임금피크제 도입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2.1%가 연내 신규 채용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임금피크제가 기업의 배만 불려줬다는 비판을 받는 것처럼 임금 동결이 청년고용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소득 증대를 통해 소비 진작을 꾀하겠다는 소득주도형 성장 정책과도 배치된다. 소비절벽은 한국경제의 활력을 낮추는 걸림돌의 하나다.

6800만원으로 설정한 기준 역시 도식적이다. 근로소득이 가계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실정을 감안하면 이 정도가 정부의 규율을 받아야 될 고임금은 아니다. 사회를 건강하게 받치고 있는 중산층 소득의 범주에 가깝다.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임원 등 초고소득자에 주목하는 편이 낫다. 전체 공무원의 올해 평균 연봉이 5892만원인 것으로 발표됐다. 전년보다 5.1% 많은 액수로 근로자 300인 이상 대기업 평균 연봉 6020만원 수준이다. 특히 고위 공무원들은 판공비 등까지 지원받아 대기업 부럽지 않다. 이들의 연봉부터 동결하는 것이 순서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