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대관식’ 北 노동당 대회

입력 2016-04-30 04:02

대한 ‘김정은 시대’에는 오늘의 수소탄 시험 성공뿐 아니라 이보다 더한 특대 사변들이 연이어 일어날 것이다.”

김기남(87) 노동당 비서 선전선동부장은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축하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위대한 김정은 시대, 조선청년의 기개와 위용을 만천하에 과시하겠다는 것을 굳게 결의한다”고도 했다.

남한에서 ‘김정은 시대’라는 표현은 낯설지 않다. 2012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체제가 공식 출범한 직후부터 남측 언론에 여러 차례 등장했다. 반면 북한 매체에서 이 표현이 처음 등장한 건 비교적 늦은 지난해 중순쯤이다. 집권 초창기부터 당과 군 조직 내 주요 인사의 빈번한 숙청을 통해 권력을 장악해 온 김 제1비서의 행보를 고려할 때 쉽게 이해되지 않는 ‘신중함’이다.

이는 폐쇄적인 사회주의 세습 구조 아래 ‘권력’과 ‘권위’, ‘정통성’을 3요소로 하는 북한 체제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민주주의 체제인 남한의 선출 권력은 정통성이 자연히 부여되지만 젊은 나이에 느닷없이 권력을 세습 받은 김 제1비서에 대해선 불신의 눈초리가 깊다. 권력은 있지만 권위와 정통성이라는 ‘두 다리’가 취약했던 셈이다.

이번 당 대회는 마침내 ‘김정은 시대’를 선포하는 ‘대관식’에 가깝다. 김 제1비서의 권위와 정통성을 확고히 구축하기 위한 최대 정치선전의 장이 될 전망이다. 4차 핵실험과 잇단 미사일 발사실험을 근거로 자신들의 표현대로 ‘최강의 핵 억지력’을 갖췄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할 게 뻔하다. 이는 체제 순응에 익숙한 북한 대중에게 상당한 자부심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핵보유국’이라는 상징적 선언 이후 예상되는 다음 수순은 ‘먹고사는 문제’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북 소식통들은 이번 당 대회에서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 목표를 향후 과제로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전문가인 한국현대연구소 최경희 연구위원은 “김정은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숫자가 없는 것”이라며 “기존의 ‘천리마’와 ‘속도전’을 변용한 ‘만리마’와 ‘단숨에’라는 불명확한 개념이 김 제1비서 체제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비전과 함께 장기 계획을 제시하기보다 방향성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의미다.

집권 이후 숱한 숙청 작업을 벌여 왔던 김 제1비서가 당 지도부의 세대교체도 마무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종신’ 권력인 김 제1비서는 동년배인 청년계층을 향후 북한 체제를 이끌어가야 할 핵심 계층으로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고난의 행군’ 시대에 태어나 장마당(시장)을 통해 자본주의를 체험한 세대다. 따라서 북한이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청년 정책을 당 대회에서 제시해 변혁의 단초를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대대적인 제재 국면에서 과시할 만한 성과가 마땅치 않아서다. 궁지에 몰린 북한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내부 결집용 행사로 전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