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vs 서울, 30일 빅버드서 올 시즌 첫 ‘슈퍼매치’

입력 2016-04-29 04:00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왼쪽)과 최용수 FC 서울 감독이 28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2016 시즌 첫 ‘슈퍼매치’ 미디어데이에서 손가락으로 예상되는 골의 수를 알리고 있다. 뉴시스
2002년 11월 23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에서 열린 ‘엘 클라시코(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라이벌전)’. 바르셀로나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배신자’ 루이스 피구가 전반 13분 코너킥을 차려하자, 바르셀로나 팬이 그에게 돼지머리를 던졌다. 전쟁 같은 더비가 빚은 촌극이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다. 2002년 11월 13일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안양 LG(현 FC 서울)의 라이벌전인 ‘슈퍼매치’ 후반 25분쯤 살아 있는 닭이 그라운드에 난입했다. 수원을 ‘닭 날개(수원의 팀명인 블루윙스를 비하한 표현)’라고 부르며 무시한 안양 팬들이 닭을 그라운드로 던진 것이다. 돼지머리와 닭을 던져서라도 이겨야 하는 경기. 이것이 더비다.

서울과 수원이 3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77번째 ‘슈퍼매치’를 벌인다. 양 팀 사령탑은 2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날선 신경전을 펼쳤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팬들을 흥분시키는 공격 축구를 하겠다”며 “6연승을 하고 있지만 거기에 큰 의미를 두고 싶진 않다. 한 경기 한 경기에 온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팀 조직력이 작년보다 더 좋아졌다”며 “우리 경기력만 발휘하면 된다. 서울의 데얀, 아드리아노, 박주영 등 공격수 3인방을 잘 막으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받아쳤다.

슈퍼매치의 역사는 1998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원의 조광래 당시 수석코치가 김호 감독과 불화를 빚은 끝에 안양의 수장으로 떠났다. 두 감독은 이후에도 갈등 관계를 청산하지 못했다. 수원 팬들은 조 감독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안양에서 활약하다 프랑스리그로 진출했던 서정원(현 수원 감독)이 1999년 K리그로 복귀하며 수원 유니폼을 입자 감정의 골은 더 깊어졌다. 안양 팬들은 서정원의 유니폼을 태우는 화형식까지 벌였다.

안양이 2004년 서울로 연고지를 이전한 뒤 라이벌전은 더욱 뜨거워졌다. 수원 팬들은 서울을 ‘북패(북쪽에 있는 패륜팀)’라고 불렀다. 서울 팬들은 수원을 ‘닭 날개’에 비유하며 맞불을 놓았다. 팬들은 수원과 안양을 잇는 지지대 고개에서 이름을 따와 양 팀의 맞대결을 ‘지지대 더비’라고 불렀다. 슈퍼매치는 수원 홍보팀 직원이 만들어 낸 단어라고 알려졌다. 서울 측도 이 단어의 사용에 동의했다. 그러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서울과 수원의 맞대결을 슈퍼매치라고 공인하고, 이를 K리그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수원은 역대 슈퍼매치에서 32승17무27패로 서울에 앞서 있다.

77번째 슈퍼매치에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양 팀 선수는 염기훈(수원)과 데얀(서울)이다. 염기훈은 슈퍼매치 통산 6개의 도움을 기록, 이 부문 선두에 올라 있다. 2010년 8월 28일 슈퍼매치 홈경기에서 첫 도움을 올린 염기훈은 지난 시즌 3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박건하(전 수원)가 가지고 있던 슈퍼매치 최다 도움(5개)을 경신했다. 염기훈은 “슈퍼매치에선 모든 선수들 다른 경기보다 더 긴장한다. 작은 실수로 승패 갈리기 때문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수원의 주장으로서 어린 선수들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 더 열심히 뛴 것이 공격포인트를 많이 올린 비결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즌 서울로 복귀한 데얀은 슈퍼매치 통산 6골을 터뜨렸다. 이는 슈퍼매치 최다 득점으로 정조국(광주 FC), 박주영(서울·FA컵 1골 포함), 정광민(전 서울) 그리고 박건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록이다. 데얀은 “이번 시즌엔 다른 공격수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번 경기에서도 팀을 위해 더 많이 뛰며 솔선수범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초반 서울과 수원의 분위기는 엇갈린다. 서울은 6승1패(승점 18)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수원은 1승5무1패(승점 8)로 6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양 팀 사령탑은 “슈퍼매치에서 순위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