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흠 변호사의 법률 속 성경 이야기] 나봇의 포도원

입력 2016-04-29 18:56

아합은 나봇의 포도원을 탐하였다. 풍족한 북이스라엘의 왕이 무엇이 부족했기에 가난한 농부의 포도원에 욕심을 버리지 못했던 걸까. 포도원을 다른 땅과 교환하거나 돈으로 사겠다는 아합의 제의에 나봇은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모세는 각 지파에게 배당된 땅은 매매의 대상으로 삼지 못하도록 금하였다. 거짓 두 증인을 내세워 나봇이 왕을 모독했다고 위증하게 한 다음 나봇을 돌로 쳐 죽인 이세벨의 간교로 아합은 포도원을 빼앗는다.

아합의 강탈은 공용수용을 연상케 한다. 공용수용이란 사업인정된 기관에게 공익을 이유로 특정 토지를 일방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형식적 협의와 사업인정 과정만 거치면 소유주의 의사에 반해 진행되는 공용수용은 어떤 토지 소유자들에게는 삶의 터전을 빼앗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대부분 사업인정이 되면 수용재결이 받아져 토지 소유주는 해당 지역의 토지를 울며 겨자먹기로 팔게 된다. 토지매수금을 정하는 감정평가는 대체로 사업자의 입장에 기울어져 흡족한 가격을 보상해주지 않을 때가 많다. 설령 적정가격을 받더라도 이주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더욱이 현실적으로 피수용인이 행정소송으로 구제되기는 요원하다.

경기도 남양주시 지금동에 소재하는 모 교회는 사업인정된 공사로부터 교회 부지를 빼앗길 위기에 처해있다. 이제 피땀 흘려 일구어 놓은 땅은 곧 사업가의 손에 들어가 공익을 위해 사용된다. 힘없고 작은 교회가 입을 피해는 작은 사익이므로 큰 공익을 위해 희생돼야 한다.

수용된 교회가 다른 땅을 찾아 새 건물을 짓는 일은 쉽지 않다. 지금동 교회는 협위(脅威)경위서가 없는 형식적 협의절차, 재결기간이 지난 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용재결, 턱없이 낮게 평가된 땅값을 문제 삼는다. 지금동 교회는 지역 명처럼 지금 땅에 머무르고 싶다. 지금까지 공용수용으로 여리고 성벽처럼 철거된 교회는 무려 1만 2000교회가 넘는다.

교회 현실은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오버랩시킨다. 낙원구 행복동의 거주자 난장이 김불이. 그에게 철거계고장이 날아 왔다. 재개발지역으로 선정돼 그의 집은 철거될 운명이다. 25만원에 입주권을 판 난장이 가족들은 새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130만원이 필요하다. 기존 무허가 건물 철거 확인원 수령 후 난장이의 생도 마감된다. 우리시대 난장이들이 교회의 억울한 공용수용을 본다면 소설 속 언덕위의 교회처럼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계고통지문을 보라고 주문할 것이다. 정착지를 잃은 난장이들에게 한국교회는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교회는 승자의 논리에 갇혀 강자의 이익에 편승해버린 나머지 이 땅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약자들에게 손을 내밀던 옛 모습을 잃어버린듯하다.

그 결과 현실의 땅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인들 마음의 영토에서도 교회의 땅과 건물은 뺏기고 철거당하고 있다. 나단의 충고처럼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두고 한 마리의 양을 빼앗으려는 다윗의 악함을 버려야 한다.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두고 한 마리의 양을 찾아 나서는 주님의 심정을 닮자. 고아와 과부를 변호하는 일을 할 때 공용수용된 교회가 잃어버린 땅과 건물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마음속에 머물 영토도 되찾게 되리라 희망을 가져본다.

<동아대 법무감사실 법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