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시와 시인 48명의 삶에 대한 이야기

입력 2016-04-28 19:35

책은 ‘젊은 시인들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프랑스 작가 모리스 블랑쇼의 말을 빌었다. “나는 ‘첨예한 개성의 목소리를 지닌 젊은 시인들’을 ‘말할 수 없는 그 무엇을 향해 끊임없이 말을 거는 자’라고 상정해봤다.”

책은 국내 시인 48명에 대한 이야기다. 시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시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시인이며 소설가이며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국민일보에 연재했던 ‘감각의 연금술’ 시리즈를 보완해 엮었다.

시인들의 면면을 보면 젊지만은 않다. 이이체(28), 김승일(29)처럼 20대도 있지만 조말선(51), 김소연(49), 이민하(49)처럼 중년도 있다. 그러나 나이와 무관하게 이들의 감각은 젊다. 말할 수 없는 그 무엇을 향해 불온한 꿈을 꾸는 시인들은 언제나 ‘젊다’는 것이다. 시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 감각적이고 실험적인 시에 대한 이야기가 새롭게 다가온다. 시인들이 직접 말하는 자신들의 삶도 흥미롭다.

진은영 시인의 인터뷰 한 토막을 옮겨보자. “그 이후로 하얗고 길고 상처 없는 내 손에 대한 콤플렉스를 갖게 됐어요. 윤리적인 감정이 아니라 당혹감 같은 거였어요. 가난하고 고된 삶에 대한 연민이 아니라 잘린 손가락으로도 웃으면서 나타날 수 있는 삶에 대한 당혹감.”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