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는 무표정해 보이지만 사실 논쟁적인 공간이다. 마트는 골목상권, 지역공동체, 서민경제, 소비주의, 윤리적 소비,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등 여러 가지 쟁점들을 포함하고 있다. 철학박사로 협동조합, 도시재생, 생태철학 등을 연구하는 신승철(45)씨가 마트를 주제로 흥미로운 책 한 권을 썼다. 주말마다 마트에 가면서도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마트는 싼 가격과 비윤리적이라 할 만큼 싼 임금으로 무장한 괴물이다” “마트는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공간이며, 관계로 해결할 문제를 소비로 해결하도록 권장하는 공간이다” “마트는 도시 사회의 모든 자원과 부, 에너지 등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지역 사회에 기여하지 않는다” 등 마트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은 철저히 비판적이다. 마트가 우리에게서 빼앗은 것들이라며 그가 제시한 목록은 다음과 같다. ‘소박한 삶, 소박한 공동체를 꾸릴 권리’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소비할 자격’ ‘꿈꿀 자유, 사랑할 자유’ ‘어중이떠중이와 공존하는 법’ ‘자본의 욕망에 흔들리지 않는 삶’.
우리가 진짜 이런 것들을 마트에 빼앗겼던가? 마트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우리 삶에 이렇게 깊숙하게 개입할 수 있단 말인가? 동의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런데 마트가 없다고 가정해 보자. 일단 골목과 시장이 살아날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단단한 중산층으로 형성될 것이다. 주말이면 마트에 가서 실제 필요한지 아닌지도 불분명한 물건들을 한 가득 사서 냉장고에 쌓아두는 낭비는 줄어들 것이다. 물건을 사면서 물건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을 보게 될 것이다. 가게 주인들과 관계를 맺고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것이 사회적 유대를 만들어낼 것이다. 주민들의 소비는 고스란히 지역경제로 환원될 것이다.
저자는 다양한 각도에서 마트를 비판적으로 살피면서 ‘마트에서 벗어나기’ ‘마트를 넘어서기’로 독자들을 끌고 간다. 마트의 반대편에 있는 골목가게, 전통시장, 생활협동조합, 사회적 경제 등을 소개한다.
김남중 기자
[책과 길-마트가 우리에게서 빼앗은 것들] “마트는 관계의 문제를 소비로 해결하는 괴물”
입력 2016-04-28 1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