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필요한 국책은행 자본을 어디서 조달할 것인지를 두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세금 투입,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 지원하는 2가지 방안이 거론되지만 양쪽 모두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및 한국은행법 개정도 검토 중이다.
27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각각 4조원과 9조원을 빌려준 상태다. 금융 당국은 국책은행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 자본 확충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기재부의 재정 투입은 혈세를 구조조정 기업에 투입하는 셈이라는 지적이다. 기재부의 재정 여력도 충분치 않다. 추경예산 편성, 법인세 증세를 통한 재정 확보 등이 거론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현금 출자 대신 공기업 주식을 이전하는 현물 출자도 거론되지만 실효성은 높지 않다.
사실상 양적완화인 한은의 발권력 동원에 대한 지적도 만만치 않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자금 확충의 정공법은 한국은행의 출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은이 산은에 출자하려면 산업은행법을 개정해야 한다. 출자가 아닌 산은 채권 등을 매입하려 해도 한국은행법을 고쳐야 한다. 현행법상 수은 출자는 가능하나 발권력 동원은 최후 수단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나금융투자 김두언 선임연구원은 “자연적으로 무너지는 기업들을 굳이 돈으로 막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 향후 기업들 사이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양적완화가 단기적 성과는 낼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산은은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 움직임에 맞춰 당초 6월로 예정됐던 출자회사관리위원회를 한 달 앞당겨 다음 달 개최할 예정이다. 출자회사관리위는 산은이 비금융자회사(지분 15% 이상)와 비금융회사(지분 5% 이상) 매각을 위해 지난 2월 말 설치한 특별위원회다. 출자회사관리위 시기를 앞당기는 것은 산은이 자회사 매각속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산은이 5% 이상 출자한 비금융회사 377개사의 장부가액은 9조2000억원에 달한다. 자회사 매각이 원활하게 진행될 경우 산은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에 필요한 실탄을 확보할 수 있다.
수은은 다음 달 1일부터 국내 기업이 대규모 해외건설 플랜트나 조선 해양플랜트 사업을 수주할 때 이행성보증을 해주기 전에 사전 수익성 평가를 의무화한다고 이날 밝혔다.
나성원 백상진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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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투입’도 ‘돈 찍어 지원하는 것’도 만만찮다
입력 2016-04-27 17:50 수정 2016-04-27 2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