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저녁 중소기업청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있는 서울 목동의 건물에 불이 꺼졌다. 갑작스러운 정전이었다. 문제는 이후 발생했다. 센터가 구축한 데이터베이스가 모두 사라졌다. 이 자료는 센터가 지난해 중소기업 창조혁신제품의 마케팅과 판로 지원을 위해 시작한 유통지원 포털 사이트 아임스타즈에 사용되는 것들이었다. 중소기업들의 상품설명서와 회사소개, 제안서 등이었다.
지난 25일 센터는 시스템 개발업체인 A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창조혁신제품 발굴 연계시스템 구축 용역을 위해 센터가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지난달 5일 입찰 공고한 사업에 A사가 낙찰자로 선정됐다.
창조혁신제품 발굴 연계시스템은 바로 지난해 센터가 만들었던 아임스타즈였고 계약을 체결한 A사는 지난해 1차 사업에서 해당 시스템을 만들었던 업체다.
A사는 지난해 시스템을 구축했고 현재까지 이 시스템을 관리했다. 정전 사태로 사라진 데이터와 시스템을 복구하는 것도 A업체 담당이었다. 한 달여가 지났지만 현재까지 데이터는 완전히 복구되지 못한 상태다.
27일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조달청의 입찰자 선정에 허점이 많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지적한 부분은 기술평가다. 현재 정보기술의 경우 기술평가와 입찰가로 낙찰자를 결정하고 있다. 비중은 8대 2 정도로 기술평가가 낙찰자 선정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조달청 관계자는 “입찰 기업이 낸 자료로 기술평가를 하고 있다. 해당 기업의 기술력을 알아보기 위해 크로스 체킹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면서 “또 기술평가는 4, 5일 정도 걸리는데 위원 선정에 사흘 정도 소요된다”고 했다.
결국 심사위원들은 입찰에 응한 기업의 제안서만 보고 하루나 이틀 만에 평가를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전은 시스템 개발자들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천재지변 중 하나인데 A업체는 그 정도의 위험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면서 “그런데도 2차 사업에 또다시 낙찰됐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절차로 낙찰자가 선정되면서 의도치 않은 피해가 발생했다. 아임스타즈 사이트에 등록한 업체들은 영문도 모르고 센터의 요구로 자료를 다시 제출해야 했다. 일부 기업은 센터의 사업선정위원회 일정이 연기됐다는 통보를 일방적으로 받았다. 선정위원회 일정에 맞춰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던 한 업체는 출시 일정을 뒤로 미뤄야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업계에선 해당 기업에 과도한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중기청과 센터의 안일한 대처도 문제가 됐다. 센터 관계자는 “경쟁업체들이 소문을 내는 것 같다”며 “A사는 관련 업무 경험이 많은 곳”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
센터는 입찰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조달청에 이 같은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다.
담당 업무를 진행한 조달청 관계자도 “중기청과 센터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은 바 없다”고 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단독] 정전에 자료 날린 중기청 산하기관… 사고업체 또 선정한 조달청
입력 2016-04-28 04:02 수정 2016-04-28 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