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은 안전성 점검을 무시한 채 상품 출시에만 급급했던 제조업체의 조급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선두업체의 제품을 무조건 따라 만든 후발업체들의 ‘카피 상품’(모방상품)도 피해를 키웠다.
27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에 따르면 옥시는 최초 가습기 살균제를 1996년 초 개발했다. 당시 옥시는 독일에서 ‘프리벤톨-R80’을 원료물질로 수입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했다. 당시 옥시는 독일 유명 화학회사 연구소 소속 볼프 교수로부터 ‘프리벤톨-R80을 초음파 가습기에 쓰려면 흡입독성 실험을 해야 한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옥시는 조언대로 흡입독성 실험을 진행했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제품을 만들어 판매했다.
하지만 프리벤톨-R80이 사용된 가습기 살균제는 이물질이 남는다는 고객 불만이 제기됐다. 이후 옥시는 프리벤톨-R80 대신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주원료가 교체되면 당연히 했어야 할 흡입독성 실험이 생략됐다는 점이다. 특히 2001년 전후 옥시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며 가습기 살균제 개발에 관여한 최모씨가 상급자에게 PHMG의 유해성을 사전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검찰 조사에서 “제품이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파악해 상급자에게 보고했으나 흡입독성 실험 등 안전성 검사는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옥시가 PHMG를 사용하자 옥시 제품을 모방한 타사들도 이 원료를 채용했고,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검찰은 이 같은 정황과 진술 등을 근거로 옥시가 ‘PHMG 흡입독성 실험’ 필요성을 알면서도 무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당시 최씨의 보고가 옥시 내부 어느 선까지 전달됐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28일 세퓨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였던 버터플라이이펙트 전 대표 오모씨 등 관계자 2명을 소환조사한다. 세퓨 제품에는 PHMG보다 독성이 강한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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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가습기 살균제 원료 바꾼 뒤 독성 실험 안했다
입력 2016-04-27 18:21 수정 2016-04-27 2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