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을 구하는 기록. 구안록(求安錄)이라는 제목 그대로다. ‘무교회주의’를 창시한 일본의 대표적 기독교 사상가 우치무라 간조(1861∼1930·사진)가 인간의 죄와 구원에 대해 집요하게 묻고, 답하는 과정이 담겼다. 그는 서두에 ‘나는 죄라는 이 엄청난 문제를 누군가에게 의지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이 문제를 혼자서 풀어보려고 결심했다’라고 썼다.
우치무라는 자신의 속죄 경험을 들려준다. 그는 기독교인이 된 뒤 도덕적으로 무결한 생애를 살려고 결단했으나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에게 죄는 신으로부터 이반(離叛)이었다. 하나님이 아니라 자기 뜻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성서라는 전등으로 내 마음을 샅샅이 비춰보면 나는 하나님을 모독하는 사람이요 사람을 속이는 자(23쪽)’라는 것을 알게 될 뿐이었다.
우치무라는 죄를 짓지 않기 위해 자선사업가가 되는 것까지 고려했다. 하지만 이타적으로 살려고 할수록 도덕적 우월감에 젖어드는 자신을 발견한다. 진정한 선행을 할 수 없는 자신과 마주하고 나서 자신이 구원받을 자격이 전혀 없는 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인간의 노력으로는 죄를 저지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한다. 결국 오직 그리스도의 대속이라는 신의 결단으로만 ‘용서’ 받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죄인 된 모습 그대로 아버지의 자비만을 기대하며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보시고 용서할 수 없는 저의 죄를 용서해주십시오(138쪽).’
이러한 인간에게 십자가의 의미는 무엇인가. 우치무라는 그리스도의 죽음이 인간의 죄를 대속한다고 말한다. 이 대속은 ‘인류의 죄를 용서하기 위한 하나님의 공의를 만족(180쪽)’시킨다. 따라서 십자가는 인간의 죄를 묻는 신의 정의와, 인간을 용서하는 신의 사랑이 결합된 것임을 그는 깨닫는다. 구안록은 우치무라가 진정한 구원의 의미를 찾아가는 사적인 기록인 동시에 1893년 출판 당시 일본 개신교계 신학 조류에 대한 강력한 반박이었다. 당시에는 십자가를 하나님의 사랑으로만 이해하려는 신신학(新神學)이 한창 논란이 됐다. 기독교 신앙을 하나님의 사랑과 축복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짙은 한국교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 도쿄대에서 종교사학 박사학위를 받은 번역자 양현혜는 우치무라의 영향을 받은 무교회주의자 김교신(1901∼1945) 연구자로 유명하다. 우치무라의 대표작인 구안록은 이전에도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으나 전문 연구자의 번역은 처음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 어떻게 구원 받을 수 있나
입력 2016-04-28 1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