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가 핀테크(금융+IT)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최근 말했다. 로봇과 자문가(Advisor)의 합성어인 로보어드바이저는 말 그대로 로봇(인공지능·컴퓨터시스템)이 투자자문과 자산관리를 해주는 것이다.
컴퓨터를 불신하던 고객들도,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바둑대결에서 완승을 거둔 이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낮은 비용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다면 관련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게 분명하다. 증권사들도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0일 ‘QV 로보랩’을 출시했다. 전문업체인 디셈버앤컴퍼니의 로보어드바이저 엔진이 전 세계 금융상품 가격을 분석해 제시하는 글로벌 펀드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랩 서비스다. NH투자증권은 최적의 상장지수펀드(ETF) 매매전략을 제시하는 ‘QV 로보어카운트’도 운용하고 있다.
자체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을 개발한 삼성증권은 핵심기술인 ‘투자성과 검증시스템’에 대해 특허를 출원 중이다. 이 시스템은 과거 10년간 주식시장과 현재 시장을 가상거래 환경으로 재현하고 그곳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운용전략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검증하는 기술이다.
미래에셋증권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글로벌 자산배분 솔루션’도 특허가 출원된 상태다.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포트폴리오를 고객 성향에 맞는 모델 포트폴리오와 비교 분석해 성과를 진단하고 자산배분을 추천하는 서비스다. 무료여서 월평균 2만7000명이 이용하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최근 내놓은 ‘한국투자 로보랩’ 시리즈는 전문업체 3곳(디멘젼·쿼터백·밸류시스템)의 랩 어카운트로 구성돼 선택의 폭을 넓혔다. 20∼30대 젊은층이 주된 타깃이다. 500만원부터 가입 가능하고, 기존 랩 서비스의 절반 수준인 1%대 수수료만 부담하면 된다.
신한금융투자의 ‘신한명품 밸류시스템 자문형 로보랩’은 국내 주식과 채권형 ETF에 투자하며, 과거와 현재 데이터를 조합·분석하는 ‘머신러닝’을 이용해 최적의 매수·매도 시점을 선정한다. 또 저위험 투자를 지향해 시장 상황에 따라 위험자산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정한다.
하나금융투자는 27일 ‘하나 밸류시스템 자문형 로보랩’을 출시했다. 정윤식 하나금융투자 고객자산운용본부장은 “밸류시스템의 우수한 트랙 레코드(과거 성과)를 바탕으로 기존 투자일임 상품 대비 낮은 가입금액과 합리적인 운용보수를 부과해 고객들이 보다 쉽게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은 소액투자자도 온라인에서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는 ‘웰스 어드바이저’를 지난달부터 선보였다. 고객의 투자성향·금액·기간 등을 반영한 440여 가지 맞춤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 대신증권 고객이면 모든 트레이딩 시스템에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유안타증권은 특허 받은 인공지능 HTS(홈트레이딩시스템) ‘티레이더 2.0’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햇빛(상승추세) 구간과 안개(하락추세) 구간 등 일기예보 개념을 트레이딩에 접목시켜 손쉽게 매매 타이밍을 포착할 수 있게 했다. 유안타증권은 티레이더 신호에 따라 ETF에 투자하는 시스템 트레이딩 서비스 ‘로보레이더’도 선보였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적은 수수료로 안정적 수익… 증권사 앞다퉈 ‘금융 알파고’ 키운다
입력 2016-04-27 17:30 수정 2016-04-27 2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