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하이성 성도 시닝에는 ‘옥석 공관’(사진)으로 불리는 곳이 있습니다. 담과 벽이 모두 옥으로 돼 있습니다. 국민당 시절 중국 서북지역을 장악하고 있던 군벌 마부팡(馬步芳·작은 사진)의 대저택 가운데 집무실로 쓰이던 곳입니다. 2007년 국가 주요 관광지로 지정됐습니다.
마부팡은 41년 전 죽었지만 최근 논란의 중심에 다시 섰습니다. 옥석 공관의 안내원들은 마부팡을 “항일투쟁에 앞장서고 교육 진흥과 마약 금지, 산림녹화 등 국가와 국민에게 이로운 일을 많이 한 인물”로 설명합니다. 전시관의 안내판도 그렇게 돼 있습니다. 중국 매체 관찰자망을 시작으로 “마부팡의 악행을 지방 정부가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입니다. 특히 본인을 창안도교협회 비서장으로 소개한 량싱양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마부팡에 대한 비판 글을 올렸다가 구금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습니다.
칭하이성을 중심으로 마부팡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활발했습니다. 시닝에서 발행되는 서녕만보는 지난해 마부팡을 재조명하는 특집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마부팡을 “공평타당하게 다시 평가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특히 집필에는 칭하이 사회과학원 원장과 칭하이 인민출판사 부총편집장 등이 참여해 지방정부 차원의 조직적인 작업으로 보입니다. 저명 사회학자인 베이징대 마룽 교수도 “마부팡과 아버지 마치 부자가 영토 보전에 긍정적 역할을 했다”면서 재평가 요구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마부팡은 ‘인민의 적’으로 평가됐습니다. 최근 마부팡 논란이 터진 후 다른 매체인 봉황망이나 환구시보 등은 마부팡의 과거 악행들을 새롭게 조명하면서 반격하고 있습니다. 마부팡 일족은 칭하이성 일대를 40년간 지배하면서 티베트족을 대량 살육했다는 겁니다. 또 1936년 현 인민해방군의 전신인 홍군 2만여명과 전투를 벌여 승리합니다. 환구시보는 해방일보 2012년 기사를 인용, “당시 마부팡은 6000명의 홍군을 산 채로 매장하거나 심장을 도려내고 혀를 잘라냈다”고 전했습니다. 게다가 마부팡이 부하의 부인과 딸은 물론 본인 조카와 형수를 범하고 심지어 외손녀에게 아들을 낳게 했다는 기사도 등장합니다.
일단 비판 여론에 칭하이성 문화국은 “(마부팡 공관) 안내원들이 부정확한 설명으로 관광객들을 오해하게 만들었다”고 인정하고 안내판 문구를 보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끝은 아닌 것 같습니다. 후이족 출신으로 무슬림인 마부팡에 대한 재평가 논란이 자칫 민감한 종교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베이징=khmaeng@kmib.co.kr
[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스토리] 인민의 적? 아니 항일투사? 군벌 마부팡 놓고 中 역사전쟁
입력 2016-04-28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