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조계 민낯 드러난 ‘재판 로비’ 철저히 규명해야

입력 2016-04-27 17:59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변호인 간의 과다 수임료 논란이 법조계의 검은 커넥션 의혹으로 확산되고 있다. 도박 혐의로 수감 중인 정 대표가 항소심 변론을 맡은 판사 출신 최모 변호사를 지난 12일 구치소에서 폭행하면서 표면화된 것은 수임료 반환 문제였다. 정 대표는 석방 조건으로 20억원을 줬는데 보석이 기각됐으므로 돌려달라고 한 반면 최 변호사는 그 돈은 착수금이므로 돌려줄 수 없다고 맞섰다. 이때까지만 해도 별도의 성공보수금 30억원을 포함한 고액 수임료가 초점이었다. 한데 양측의 폭로전이 이어져 법원·검찰에 대한 전방위 로비 의혹으로 번지면서 법조계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양측의 진흙탕싸움에서 법조계 부조리는 거의 모두 등장한다. 지난해 대법원 판결로 무효가 선언된 성공보수금 뒷거래는 물론 선임계 없는 전화변론, 법조 브로커 개입, 재판부 접대 및 사건 청탁 등의 의혹이 쏟아져 나왔다. 여기에 정 대표 구명에 나선 법조계 인사들의 리스트도 나돈다. 실제 항소심 판사는 지난 연말 일식집에서 정 대표 측 인사와 식사 자리를 함께했다. 해당 판사는 스스로 재판을 회피해 의혹의 시선에서 벗어났지만 아직까지도 판사와 브로커의 유착이 근절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검찰 로비 정황도 엿보인다. 1심 선고 형량이 가볍다고 항소한 검찰이 2심에서 1심 구형량(징역 3년)보다 낮은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한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법조계 비리 의혹이 총망라된 이번 사태는 대형 스캔들로 번질 수 있는 폭발력을 지녔다. 일단 로비가 최종적으로 실패하긴 했지만 로비 시도는 곳곳에서 이뤄졌다. 이 자체만으로도 사법 신뢰는 추락했다. 따라서 변호사 업계의 수임비리 실태를 비롯해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이 규명돼야 한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거액 수임료 등에 관한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법조 브로커 비리 척결을 천명한 검찰이 수사에 나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