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활자 수만큼… 2만9138권 ‘책의 정원’ 만든다

입력 2016-04-27 21:45
“헌책 모아 책의 정원 꾸며주세요.”

충북 청주시는 오는 9월 열리는 직지코리아의 주행사장인 청주예술의전당 광장에 ‘책의 정원’을 조성한다고 27일 밝혔다.

책의 정원은 바구니 모양의 대형 책꽂이를 설치하고 헌책을 꽂아두는 방식으로 한글의 자음, 모음과 태극 문양을 형상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전체적인 형태는 미로처럼 된 프랑스식 정원을 갖출 계획이다.

책의 정원은 시민들이 기증한 헌책 2만9138권으로 만들어 진다. 책의 숫자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직지)에 담긴 글자 수와 같다.

책의 정원 조성 작업에는 충북에서 활동하는 배정문, 조석진, 박정수 등 설치미술 작가 3명이 참여한다.

책의 정원은 행사장을 찾는 관람객에게 포토 존과 휴식, 독서의 공간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시는 오는 8월 12일까지 정원을 꾸밀 책을 기증받은 ‘헌책을 부탁해’ 캠페인에 나선다. 참여를 희망하는 시민들은 청주시립도서관, 청주시청, 읍·면·동 주민센터 등 73곳에 비치한 책 모으기 상자를 통해 책을 기부할 수 있다. 문제집, 소설책, 잡지 등이나 사용하지 않거나 훼손된 책도 기부가 가능하다.

기부하고 싶은 도서를 수거함에 넣고 기증 명부에 이름을 적으면 행사기간 동안 책의 정원에서 기증 명단을 확인할 수 있다.

시는 직지코리아가 끝난 뒤 사용 가능한 책을 분류해 청주 시내 작은 도서관에 기부할 계획이다.

직지코리아는 ‘직지, 세상을 깨우다’를 주제로 오는 9월 1일부터 8일까지 청주직지문화특구 일원에서 열린다.

주제 전시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의 과거, 현재, 미래를 형상화한 세계 9개국 30여개팀이 참여한 미디어 아트로 꾸며질 예정이다. 주제전시는 ‘색의 마법사’로 불리는 영국 출신 인테리어 디자이너 에이브 로저스가 연출한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 중인 직지 원본과 서양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구텐베르크 성서 원본의 공동전시도 추진하고 있다.

직지 원본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단 한 권만 있다. 1886년 한불 수호 통상조약 이후 초대 공사를 지낸 콜랭 드 플랑시가 국내에서 구매해 프랑스로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직지코리아 기간에는 유네스코 직지상 시상식과 세계인쇄박물관협의회 창립총회도 예정돼 있다.

시 관계자는 “독서와 휴식의 공간으로 쓰일 책의 정원에 시민들이 모아준 책들로 아름다운 조형물을 만들 예정”이라며 “직지의 창조 정신을 계승하는 전시, 교육,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