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조권(27)의 뮤지컬 데뷔는 강렬했다. 2013년 그는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헤롯왕 역에 역대 최연소 나이로 출연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최후의 7일을 그린 만큼 날카로운 갈등이 이어지는 이 작품에서 헤롯왕은 경쾌한 음악과 퍼포먼스로 드라마를 이완시키는 감초 역할이다.
그는 신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그해 더 뮤지컬 어워즈 남우 신인상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듬해 뮤지컬 ‘프리실라’의 드랙퀸 아담 역에선 물 만난 물고기처럼 무대를 휘젓고 다녔다. 지난해 세 번째 출연작 ‘체스’에서 처음 주역을 맡았다. 하지만 어두운 과거를 지닌 러시아 체스 챔피언 아나톨리 역을 소화하기엔 다소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5월 7∼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창작뮤지컬 ‘별이 빛나는 밤에’를 네 번째 뮤지컬로 택했다. 이문세의 ‘붉은 노을’, 변진섭의 ‘숙녀에게’ 등 1980∼90년대 인기 가요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인 이 작품에서 그는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 밴드 보컬로 성장하는 부잣집 도련님 역할을 맡았다. 그 외에 가수 홍경민, 이세준, 다나, 김바다 등이 출연한다.
26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뮤지컬 제작사 팍스컬쳐의 연습실에서 만난 조권은 “이번 작품을 선택한 것은 창작 뮤지컬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앞서 3편은 모두 라이선스 뮤지컬이었기 때문에 창작 뮤지컬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옆에서 지켜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뮤지컬 팬들 사이에선 그가 아나톨리처럼 무거운 역할을 맡아서 비판을 받는 것보다 헤롯왕이나 아담처럼 무대 위에서 끼를 발산하는 캐릭터를 맡는 편이 좋겠다는 의견이 많다. 그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체스’의 대본을 봤을 때 솔직히 어렵고 부담스러웠다. 스스로는 최선을 다하겠지만 혹평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예상도 들었다. 하지만 스스로 틀을 깨고 싶었기 때문에 도전했다”면서 “비록 ‘체스’ 출연은 혹평을 받았지만 나 자신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솔직히 끼가 넘치는 감초 같은 역할은 언제든 잘할 자신이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뮤지컬에 출연하고 싶기 때문에 지금은 다양한 역할을 경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가 이토록 뮤지컬에 애착을 가지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뮤지컬에 가졌던 경외감을 실제로 경험한 후 맛본 감동과 에너지 때문이다. 그는 “뮤지컬에 출연해 보니 가수로서 무대에 서는 콘서트보다 집중도 면에서 훨씬 힘들다. 하지만 커튼콜의 희열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하다”고 털어놓았다.
“가능하면 1년에 1편 정도는 뮤지컬에 출연하고 싶다”는 그는 연륜이 좀 더 쌓이면 ‘캣츠’의 럼텀터거나 ‘헤드윅’의 주역으로 관객과 만나고 싶다는 꿈을 감추지 않았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인터뷰] 뮤지컬 ‘별이 빛나는 밤에’ 출연하는 조권 “이번 작품 선택한 건 창작뮤지컬 호기심 때문”
입력 2016-04-27 1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