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덕에 웃던 애플 중국 때문에 울었다

입력 2016-04-27 18:31

중국 때문에 웃었던 애플이 중국에서의 부진으로 13년 만에 처음 매출이 하락했다.

애플은 올해 1분기 매출 506억 달러, 순이익 105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26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3% 줄었다. 애플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감소한 것은 2003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애플이 최근 1∼2년 사이 가장 자랑거리로 여기던 중국 시장에서 매출 하락이 가장 두드러졌다. 애플은 1분기 중국에서 125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8억 달러보다 26% 감소했다. 애플이 대륙별 매출을 공개하는 지역 중에 가장 큰 폭의 매출 하락이다. 애플이 중국에서 역성장한 것도 처음이다. 북미, 유럽에선 각각 10%와 5% 매출이 줄었고, 일본에선 24% 증가했다. 기타 지역의 매출도 25% 하락했다.

중국은 대륙별 매출 비중에서 북미(191억 달러)에 이어 2번째로 큰 시장이다. 최근 애플이 분기마다 실적을 경신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량이 급격하게 늘어난 덕분이었다.

애플은 대화면을 선호하는 아시아 시장에 맞춰 4.7인치 아이폰6와 5.5인치 아이폰6 플러스를 내놨고, 중국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금색 제품을 잇달아 내놓는 등 중국 시장에 큰 공을 들였다.

하지만 중국 스마트폰 시장도 포화 상태에 이르고 아이폰 판매가 주춤해지면서 애플의 성장 동력에도 한계가 온 것이다. 중국 시장 부진으로 2007년 첫 번째 아이폰이 나온 후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아이폰 판매량이 감소했다. 애플은 1분기 5119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했는데 지난해 1분기 6117만대보다 16%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4분기에 비해서는 32%나 판매량이 감소했다.

아이패드와 맥도 각각 19%와 12% 판매량이 줄어들어서 아이폰·아이패드·맥 등 애플의 대표적인 제품이 모두 판매부진에 빠졌다. 애플페이, 아이튠즈 등 서비스 매출과 애플워치, 애플TV 등 기타 제품 매출은 각각 20%와 30% 늘었다.

애플 매출에서 아이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65%에 달한다. 애플로서는 과거 중국처럼 새로운 아이폰 수요를 창출해줄 시장을 찾지 못하면 순식간에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이 주목받고 있지만 구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프리미엄 제품만 있는 아이폰이 자리 잡기엔 여의치 않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이날 실적 발표 이후 애플의 주가는 장 종료 후 8% 이상 하락했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이날만 400억 달러 이상 증발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