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건강 마일리지-건강백세 운동교실, 중복 사업 진행에 건보재정 160억 투입

입력 2016-05-01 21:10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동일한 내용의 사업을 진행하며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은 노인건강마일리지 시범사업을 3년째 진행 중이다. 해당 사업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인진료비 및 만성질환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노인들에게 적합한 운동 및 교육프로그램 제공으로 자발적 건강생활 촉진을 통한 치매예방과 노인건강증진 도모를 목적으로 한다. 특히 운동 등 신체활동 증가가 노인건강증진 및 치매예방활동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운동 실천율은 낮아지고, 치매노인은 증가함에 따라 운동 등 건강생활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제2차(2013∼2015) 국가치매관리종합계획의 정책과제로 노인운동 확대 및 건강마일리지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시범사업은 서울 도봉, 경기 성남, 충남 예산(2014년)을 시작으로 대구 달서, 경남 진주, 전남 고흥(2015년)까지 확대했으며, 올해는 강원 춘천, 경기 파주, 충북 진천, 경북 안동, 부산 부산진구, 전북 군산 등 12개 지역에서 진행된다. 참여기관은 지역 내 공단지사와 보건소, 대한노인회, 복지관, 생활체육회 등 지역 노인운동·교육 프로그램 운영기관이다.

그렇지만 사업 효과를 보면 미비하다. 지난해 제2차 노인건강마일리지 시범사업 기술지원 및 평가 연구용역보고서(가천대 김희걸 교수 외 7명)에 따르면 총 진료비는 노인건강마일리지의 경우 사업참여 전 239만 2912원에서 사업참여 후 252만5487원으로 13만2575원이 늘었다.

이는 건강백세운동교실도 마찬가지인데 사업 참여 전 총 진료비가 244만9272원이었는데 사업 참여 후에는 35만9216원이 증가한 280만8488원이었고, 본인부담액도 58만1053원에서 64만7937원으로 6만6884원이 늘었다.

더 큰 문제는 사업내용의 핵심인 노인 운동이 이미 공단에서 진행하는 건강백세운동과 중복된다는 점이다. 건강백세운동교실에는 연 147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노인건강마일리지사업에는 2차년 도에 8억원, 올해는 1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건강백세운동교실은 2005년부터 공단이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에 대응해 운동을 통한 신체기능 저하 방지와 노인건강증진을 위해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은 월 1회 현지점검을 실시하고, 강습 참여자에게 강습내용, 출석사항 등을 격주 1회 유선으로 모니터링을 하도록 하고 있지만 제대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아 매번 내부감사에서 지적받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 건강증진부 관계자는 “공단에서 경로당에 계신 노인들을 운동 시키는 것이 건강백세운동교실로 경로당 7만개 중 4171개소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에 더 많은 분들이 운동에 참여하도록 노인건강마일리지를 도입해 운동과 교육을 진행하는 다른 기관들과 연계해 점수 마일리지에 따라 보상품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공단 관계자는 “각 기관별로 진행하는 것이 건강백세운동교실이고, 노인건강마일리지사업은 지역별 분배를 통해 효율적인 노인 운동을 진행하는 사업으로 공단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복지부 노인정책과로부터 위탁받아 진행하는 사업으로 시범지역에서는 건강백세운동교실을 운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과 관계자는 “노인건강마일리지사업은 건보공단이 경로당. 노인시설에 운동강사를 파견해 진행하는데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분들에게 마일리지를 제공해 최대 2만원 상당이 보상품을 제공한다. 반면 건강백세운동교실이 운동을 하지 않던 노인을 참여시키는데 목적이 있다면 마일리지사업은 꾸준히 참여토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노인들이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진료비를 감소시키는 내용이 동일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명확한 답을 하지 못했다.

한편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은 2011년 1조56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2012년 4조5700억원, 2013년 8조2200억원, 2014년 12조5900억원, 2015년 16조9700억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장성 강화나 건강보험료 인하에 대한 요구가 거센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 중복사업으로 건강보험료가 낭비되고 있다면 건보공단은 누적적립금을 유지하려는 명문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조민규 기자 kioo@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