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질환을 앓는 경우 우울지수가 높고, 이로 인해 삶의 질을 저하됩니다. 어린이들의 경우 꾸준한 노력으로 긴 시간의 치료가 필요하고, 민간요법 등 잘못된 건강 상식으로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질환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유영(사진) 교수는 알레르기 질환은 전문가의 진단과 치료, 질환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과 꾸준한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이들의 경우 알레르기 질환을 심하게 앓는다고 당장 생명이 위태로운 것은 아니지만, 아이와 가족의 삶의 질이 심각하게 떨어진다. 환부가 눈에 보이는 아토피피부염이 있는 아이들을 멀리하는 경우가 많고, 아이는 소극적인 성격으로 바뀌거나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아토피피부염을 앓고 있는 아이의 50∼60%는 만 5세가 넘으면, 70%는 사춘기가 되면 문제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번 알레르기 질환을 앓았던 아이는 커가면서 비염이나 천식 등 다른 알레르기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이를 ‘알레르기 행진’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알레르기 행진은 유전적 요인과 연관이 있다. 유전자는 보통 대물림 되는 것이라 여기지만, 최근 국내외에서 발표되는 후성유전학에 따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부모로부터 알레르기 질환에 취약한 유전자를 물려받지 않았더라도, 알레르기 질환과 연관된 환경에 노출되면 유전자 돌연변이가 나타나고 알레르기 질환에 취약한 유전자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알레르기 질환은 환경성 질환이라고도 불린다. 유 교수는 “현재 살고 있는 환경 보건 상태에 따라 천식이나 아토피 등이 발생할 연관성이 있는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환경보건 상태를 관리해 알레르기 질환을 예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알레르기는 만성질환으로 서두르지 않고 꾸준히 치료받고 관리하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없이 지낼 수 있다”고 당부했다.
유 교수가 부센터장을 맡고 있는 고대안암병원 환경보건센터는 환경 변화가 알레르기 질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환경을 어떻게 조절해야 병을 완화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지 등의 연구를 수행한다. 센터는 집 안에서 천식이 특히 심해지는 시간이 새벽 1∼2시라는 것을 밝혀 그 이유를 분석했으며, 천식 환자가 있는 집은 저녁 식사를 만들 때나 자기 전에 꼭 환기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연중 실외 곰팡이, 꽃가루 농도를 측정해 농도가 급증하는 시기를 분석하기도 했다. 특히 환경보건센터는 증상이 심각한 취약계층 환자의 경우 경우 직접 집으로 찾아가 환경을 개선해 주기도 한다. 집 안팎의 곰팡이 농도를 측정하고 주거 단지 전체의 미세먼지 발생 정도를 확인하고, 집안의 독성물질 농도 확인, 적외선 카메라를 통한 벽지 뒤의 곰팡이 찾기 등 문제점을 확인한다. 이후 벽지를 새로 바르거나 침구류를 바꾸는 등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당장 바꿀 수 없는 환경요인의 경우 피할 수 있는 생활수칙도 제공한다.
공익적 차원의 알레르기 질환 인식 개선 활동에도 유 교수는 나서고 있다. 1997년부터 20년째 이어온 ‘맑은 숨 캠프’는 매년 천식 학생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다. 천식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이 천식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치료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하고, 어린이들이 안전하면서도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행사다. 알레르기 질환 치료·예방과 관련 유 교수는 “민간요법이나 인터넷상의 잘못된 건강 상식으로 질환을 악화시키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며 “전문가를 믿고 꾸준한 관리와 노력으로 알레르기 질환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송병기 기자
[인터뷰] 유영 고대안암병원 교수 “소아 알레르기 극복엔 꾸준한 치료 중요”
입력 2016-05-01 1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