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만성질환자와 암환자 증가로 국민의료비 부담이 늘면서 ‘의료전달체계’가 제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는 의원과 종합병원인 1·2차 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인 3차 병원으로 나뉜다. 중증 질환은 상급종합병원이, 만성질환과 경증질환은 1, 2차 병원이 담당하는 구조다. 하지만 환자들의 대형병원 선호현상으로 병원 간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진 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지역 병·의원들과 함께 역할을 분담하고 국민의료비 부담 줄이기를 위해 노력하는 분당서울대병원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심장·뇌혈관 질환 등 중증 급성질환을 담당하는 경기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센터장 오창완·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를 통해 환자 대기시간을 줄이고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는 지역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이 협력체계는 지역 병·의원에서 발생한 응급 심·뇌혈관 환자를 경기심뇌혈관질환센터로 즉시 후송할 수 있게 하는 ‘핫라인(Hot-line) 시스템’과 응급 치료가 종료된 환자가 다시 집 근처 병·의원에서 이어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스누비안 파트너스’로 구성된다.
경기심뇌혈관질환센터 ‘핫라인 응급환자 후송 시스템’은 분당서울대병원 심뇌혈관 의료진이 365일 상주하며 운영한다. 경기도 내 25개의 협력 병원에서 응급 환자 발생 시 의료진 간 환자 상태를 공유하고 필요한 경우 즉시 후송조치까지 이뤄진다. 이 시스템은 중소규모 병·의원에서 급성 심근경색이나 심부전, 뇌졸중 등 중증 심뇌혈관을 직접적으로 치료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환자의 골든타임을 지켜내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응급관상동맥 성형술(primary PCI)이나 개심술, 대동맥 수술 등 전문적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시스템이 체계화돼 있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환자 사망이나 신체 기능 저하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핫라인 응급회송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는 어려움도 있었다. 지역 병·의원에서 환자를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대형병원의 의도에 의구심을 갖기도 했고, 시스템 체계화를 위해 투입되는 비용도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분당서울대병원이 국민건강에 꼭 필요한 사업으로 판단해 지원을 약속했고, 경기심뇌혈관질환센터 교수가 직접 지역 병·의원을 찾아가 신뢰관계를 형성해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 분당서울대병원과 경기심뇌혈관질환센터가 시스템 이용 전후 치료 시간을 분석한 결과 차이가 두드러졌다. 응급 이송되는 환자의 상태를 미리 파악하고 치료 프로세스를 최대한 단순화해 환자 대기시간 등 낭비되는 시간을 최소화한 것이다. 신속하게 정보교류시스템을 활용해 파트너 병원에서 관리를 받으면서도 특이사항이 발생할 경우 분당서울대병원과 경기심뇌혈관질환센터에서 치료를 받을수 있도록 했다.
또한 경기심뇌혈관질환센터에서는 환자진료교류시스템 강화를 위해 ‘환자 수첩’과 ‘협력 병·의원 의료진 세미나’를 활용하고 있다. 심근경색, 협심증 등 시술 치료 후 1년 이상 지난 환자에게 주거지 근처 협력 병·의원을 안내하고,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시행했던 검사결과와 시술결과, 처방내역 등을 ‘환자수첩’에 기재해 교부하는 방식이다. 환자가 수첩을 직접 소지하고 다니면서 운동, 식습관, 혈압, 궁금한 사항들을 스스로 기재하고 병원 방문 시 질문하는 등 체계적인 자가 관리가 가능해 장기간 질환 관리가 수월해졌다.
분당서울대병원은 파트너 병·의원과 최신 진료지침, 환자관리체계 등을 공유하는 정기적인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파트너 병원에서도 분당서울대병원과 동일한 양질의 진료가 이어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오창완 센터장은 “체계적인 시스템 운용을 통해 환자를 신속하게 치료함으로써 환자의 예후가 좋아졌고 만족도도 증가하고 있다. 지역 병·의원과의 연계 네트워킹 활성화를 통해 중증 환자의 조기 발견 및 치료는 물론 건강한 지역사회 발전 및 병원산업의 동반 성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는 2013년 보건복지부 지정으로 경기권역의 심뇌혈관질환 사망과 장애 후유증 발생을 감소시키고 지역 주민의 건강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설립됐다.
장윤형 기자 newsroom@kukinews.com
분당서울대병원 경기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대기시간 확 줄여 치료 골든타임 확보
입력 2016-05-01 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