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전에 의제 조율해 청와대 회동에서 가시적 성과내길

입력 2016-04-27 18:00
박근혜 대통령의 총선 후 첫 ‘소통’ 행보가 있었지만 정국은 오히려 더 암울해졌다. 대통령의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의 반응이 냉담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27일 “간담회 내용을 보면 지금까지 추진한 일에 대해 전혀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것을 강조했을 뿐”이라며 “논평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박 대통령이 김영란법 시행을 우려한 것과 관련해 “올바른 접근 방법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을 겨냥해 “경제도 모르고, 고집만 세고…”라고도 했다.

두 대표는 박 대통령이 5월 초 이란 방문을 마치고 만날 국정운영의 파트너다. 그런데 대통령의 간담회가 화를 돋운 격이 됐다. 그래서 박 대통령이 총선 패인으로 “내 잘못이고, 책임이다”라고 한마디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두 야당은 법인세와 한국형 양적완화, 파견법, 국정 교과서, 한·일 위안부 합의, 개성공단 폐쇄 등 거의 모든 쟁점에서 청와대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4·13총선에서 1당이 된 더민주와 3당으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반대하면 소수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의 지원을 받는 박 대통령이 난관에 부닥치리라는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과 3당 대표가 만난다면 국민들에게 절망감을 안길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한편, 더민주와 국민의당 대표가 다른 한편으로 나눠 사사건건 설전만 벌이다 헤어질 경우 이 나라 국정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당장 대통령은 레임덕에 빠졌다는 얘기를 들을 거고, 두 야당은 민생을 챙기라는 총선 민의를 저버렸다는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과거 정권에서는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기 전에 청와대 정무수석과 당대표 비서실장 등이 미리 만나 의제를 조율하곤 했다. 내달 회동이야말로 그 절차가 절실하다. 3자가 사전에 의제를 정하고 어느 선까지 의견을 모아야 한다. 특히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경제위기 대책에서 어떻게든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빈손으로 회담을 끝내기에는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이 너무 엄중하다. 지금은 정치 지도자들이 정쟁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