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과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또 한번 대승을 거두며 미 대선 경선 레이스의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의 클린턴 전 장관은 26일(현지시간) 치러진 펜실베이니아 등 5개주 경선 가운데 4개주에서 승리하며 대선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의 90% 이상을 확보했다. 공화당의 트럼프는 5개주에서 모두 큰 차이로 승리를 거둬 대선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의 80% 가까이 확보했다.
◇클린턴, “이제는 단합해야” 본선 행보=클린턴 전 장관은 대의원 수가 많이 걸린 펜실베이니아(210명), 메릴랜드(118명)뿐 아니라 코네티컷과 델라웨어까지 4개주에서 승리했다. 이로써 클린턴은 누적 대의원 2141명을 확보했다. 클린턴은 이르면 다음 달 중순쯤 매직넘버(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숫자, 2383명)를 모두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녀는 앞으로 당내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의 경쟁보다 본선 대비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은 이날 경선 승리가 확정되자 “이제는 우리 모두 함께 일어설 수 있는 미국을 건설하기 위해 분열보다 단합해야 할 때”라고 당내 화합을 호소했다. 샌더스 지지자들을 의식한 발언이다.
샌더스는 5개주 경선 중 로드아일랜드 1곳에서 승리했지만 대의원 확보 경쟁에서 클린턴 전 장관에게 800명 이상 뒤진다. 남은 경선 일정을 감안하면 이 격차를 뒤집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샌더스는 경선을 완주하겠다고 선언했다.
클린턴은 샌더스에게 대놓고 경선을 포기하라고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샌더스가 끝까지 발목을 잡는다며 못마땅해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내가 예비 대선후보” 기염=트럼프는 5개주 경선에서 모두 압승을 거뒀다. 득표율은 56(메릴랜드)∼64%(로드아일랜드)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 두 사람의 득표율을 합친 것보다 훨씬 높았다.
트럼프의 독주는 지난 19일 뉴욕 압승 이후 더욱 거세진 양상이다. 크루즈와 케이식이 트럼프의 대의원 과반 확보를 막은 다음 전당대회에서 뒤집기로 의기투합해 동맹까지 맺었지만 이날 독주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다음 달 3일 인디애나 경선에서 크루즈-케이식 두 사람 간 단일화 약속이 지켜질 가능성이 희박해 트럼프를 낙마시키려는 공화당 지도부의 구상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자력으로 대의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당 지도부는 중재 전당대회를 연다는 계획이었지만 지금 추세로 가면 트럼프가 전당대회 이전에 자력으로 매직넘버를 채울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는 현재 매직넘버의 80% 가까이 확보했다.
트럼프는 5개주 경선 압승이 확정된 직후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 앞에 모여든 지지자들 앞에서 “복싱 경기에서 KO승을 거두면 카운트를 셀 필요가 없다”며 “이제는 내가 (공화당의) 예비 대선후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민주당 후보’ 힐러리, 11월 본선 앞으로
입력 2016-04-27 18:46 수정 2016-04-27 2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