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히 나도는 공부법은 얼마나 믿을 만한가? 수많은 교육전문가들이 쏟아내는 평론은 어떤 근거가 있는 것인가? 조변석개하는 교육정책은 과연 타당한가?
나카무로 마키코(사진) 일본 게이오주쿠대학교 종합정책학부 교수는 공부의 진실이라고 알려진 주장들을 검증한다. 그가 공부와 교육을 검증하기 위해 꺼내든 수단은 뜻밖에도 경제학이다. 교육을 경제학적 수단으로 분석하는 교육경제학이 그의 전공이다.
“자녀들을 모두 도쿄대에 보낸 사례는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라 ‘예외 중의 예외’이다. 그런데 교육 분야에서는 이런 예외적인 사례일수록 오히려 주목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 특정 사례를 믿고 따르며 자녀를 양육하면 오히려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개인의 사례가 아니라 조사와 연구를 통해 얻어낸 데이터들에 의존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교육을 분석하겠다는 것인데, 기존의 교육론 중 상당 부분이 비과학적인 편견에 불과하다는 걸 밝혀낸다.
아이들에게 독서가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독서가 학습능력을 높이는 원인이라는 것은 확실치 않다. 독서를 많이 해서 아이의 학력이 높아진 것(인과관계)이 아니라, 학력이 높은 아이가 독서를 많이 하는 것(상관관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아이를 칭찬으로 길러라”하는 얘기도 많이 한다. 자존감이 높으면 학습능력도 높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오인한 주장이다. 미국 플로리다대 교수인 바우마이스터의 연구에 따르면, 학습능력이 높은 아이들은 그 결과로 자존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버지니아주립대 포사이스 교수팀은 시험 성적이 나쁜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에는 자존감을 높이는 격려 메시지를 보내고 다른 그룹에는 사무적인 메시지만 전달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자존감을 높이는 메시지를 받은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할 만큼 기말고사 성적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성적이 낮은 학생들에게 자존감을 높여주려는 개입을 하면, 나쁜 성적의 원인을 찾아내어 반성할 기회를 빼앗을 뿐만 아니라,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게 만든다”며 “무턱대고 ‘넌 잘할 수 있어’라고 아이를 칭찬하면 실력을 갖추지 못한 나르시시스트로 만들기 쉽다”고 지적했다.
“텔레비전 시청이나 게임을 못하게 해도 아이들의 학습시간은 늘어나지 않는다. 하루 한 시간 정도는 텔레비전을 보거나 게임을 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공부하라는 잔소리는 부모에게 쉽고 간단한 일이지만 효과가 낮았고 역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나 ‘공부하는 시간을 정해놓고 지키도록 관리하는 것’처럼 어떤 형태로든 부모가 시간과 정성을 기울이는 것은 어느 정도 효과를 보았다.”
책은 공부와 교육을 둘러싼 여러 가지 담론들을 검토한다. 또 ‘학급 인원을 줄이면 교육의 질이 높아지는가?’ ‘학교 순위를 공개해야 하는가?’ ‘평등주의 교육을 계속 유지해야 하나?’ ‘교원에게 성과주의를 도입하면 학생 성적이 올라가나?’ 등 교육현장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논의들도 점검한다. 특히 평등주의 교육에 대한 비판적 검토가 눈에 띈다. 저자는 “가정지원에 격차가 있는 상태에서 모든 아이들에게 동등한 학교 교육을 시도하면 격차는 더 커진다”면서 “모든 아이에게 동일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지 말고, 아이들 간 격차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학교자원을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능력별로 학급을 운영하고 처진 아이들에게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하는 아이디어 등이 제시된다.
이 책은 지난 2015년 일본에서 발간돼 학부모들은 물론 교육계의 주목을 받았다. 저자는 아베 수상 직속 ‘교육재생실행회’의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과 길-데이터가 뒤집은 공부의 진실] 우리가 아는 교육론, 상당수가 편견?
입력 2016-04-28 1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