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타이어의 공기를 빼라

입력 2016-04-27 20:30

오래 전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이란 제목의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저자는 인생의 사막을 여행하는 여섯 가지 지혜를 소개합니다. 그 중 한 가지 방법이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모래에 갇히면 타이어의 바람을 빼라’는 것입니다.

차를 타고 사하라 사막을 횡단하다보면 가끔 ‘프슈프슈’로 인해 큰 곤욕을 치른다고 합니다. 프슈프슈는 아주 부드러운 가루 모래로 사막 운전자들에게 악몽 같은 존재입니다. 여기에 타이어가 빠지면 오도 가도 못하게 됩니다. 이때 필요한 지혜가 ‘타이어의 바람을 빼라’입니다.

타이어의 공기를 빼면 타이어 표면이 넓어지면서 모래 늪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차의 높이를 낮추는 것이 모래 위로 올라서는 길인 것입니다.

인생의 사막을 지나갈 때도 자신 있게 달리던 차가 모래 늪에 빠져 난관에 봉착할 때가 있습니다. 야곱은 인생의 고난을 맞아 얍복 강가에서 밤새 기도하며 잘못된 자아와 교만의 공기를 빼버렸습니다. 자신이 낮아질 때 비로소 수렁에서 벗어나 모래 위로 올라서 전진할 수 있습니다.

아스팔트 위를 신나게 달리던 한국교회가 사막 한가운데 프슈프슈에 빠진 차처럼 멈춰버렸습니다. 엔진은 살아서 요란한 소리를 내지만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한 채 고철 덩어리가 되고 있습니다. 헛된 욕심에 갇혀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는 더 깊게 묻히게 됩니다. 지금이 타이어에 공기를 뺄 때입니다. 그래야 정체의 늪에서 벗어나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사막의 모래 늪에 빠져 있는 한국교회와 이를 운전하는 지도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공기를 빼는 지혜를 알고 있을까요. 안다고 해도 공기를 빼는 일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을 비우고 낮아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중세 기독교회는 교권을 이용해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누리다 부패했습니다. 이 때문에 개신교가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불과 한 세기를 넘어 달려오다 개혁의 대상이 돼 모래 늪에 빠졌습니다.

성직을 성공의 수단으로 여기는 비뚤어진 철학, 모든 것을 물질에 기준해 평가하는 자본주의적 영성이 교회 안에 가득 차 있습니다. 물론 참된 신앙과 삶을 갈구하는 자들이 있지만 잘못된 모습들이 더 커 보입니다. 그런데도 교회는 여전히 가진 자나 그렇지 못한 자나 한가지로 세상 것을 탐하고 높은 자리, 대접받는 삶을 추구하는 욕망의 화신들이 모인 곳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본체로서 종의 형체를 가지셨던 예수님께서 이 광경을 보시고 얼마나 슬퍼하실까요. 세상에 높은 자리에 있던 사람도 그리스도인이 되려면 예수님 발 아래로 내려 와야 합니다. 많이 가진 자라도 내려놓고 겸손히 예수 그리스도 앞에 엎드려야 합니다.

바울은 우리들이 그런 예수님의 마음을 소유하기를 명하였습니다(5절). 모래 늪에 빠져 있는 한국교회, 진정 공기를 빼야 합니다. 그래야 빠져 나올 수 있습니다.

조진호 사관 (구세군사관대학원대 총장)

약력=△성결대 및 서울신대 신학대학원 졸업 △미국 리젠트대 박사 △구세공보 편집인, 웨슬리언지도자협의회 총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교회발전과 개혁특위 위원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