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은 '남북평화의 종'이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애기봉 전망대에 들어선다. 종은 2014년 철거된 애기봉 철탑의 쇠와 중부전선 비무장지대(DMZ)의 녹슨 철조망, 6·25전쟁 전사자 발굴 현장에서 수집된 낡은 탄피로 제작된다. 71년 세워진 뒤 연말마다 성탄트리로 변신, 개성 시내까지 성탄의 기쁨을 전하는 상징이었던 애기봉 철탑이 철거된 뒤 비어있던 곳을 평화의 종소리로 채우는 것이다.
대한민국평화통일국민문화제 조직위원회(조직위)가 주관하는 '6·25 한국전쟁 참전 21개국 세계평화의 종 건립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조직위 상임추진위원장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 조직위원장 김영진 전 농림부장관, 집행위원장 송기학 우리민족교류협회(민교협) 이사장이 지난 24일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 당회장실에서 좌담을 가졌다.
-분단의 상징인 DMZ 철조망과 탄피 등을 녹여 평화의 종을 세우는 사업에 국내외 관심이 높다. 시작한 동기가 궁금하다.
△송기학 이사장=2013년,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맞아 민교협이 국민일보와 함께 참전국을 찾아가는 보은행사를 진행했다. 당시 국방부의 협조와 포스코의 지원으로 참전용사들이 흘린 피땀의 결정체인 DMZ 철조망과 한국전쟁 때 사용됐던 탄피를 녹여 ‘DMZ국민보은메달’을 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 정부가 진행한 한국전쟁 정전 60주년 공식기념행사에서 이 메달이 참전용사들에게 전달됐고 이들이 감동의 울음바다를 이루는 모습이 미국 전역에 중계됐다.
이때 경기도 파주시 실마리에 있는 영국군 전적비를 디자인했던 영국인 디자이너 아놀드 슈왈츠만 경이 생애 마지막으로 평화를 상징하는 작품을 한반도에 두고 싶다고 전해왔다. 그해 12월 한국교회를 중심으로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한국평화의 종’을 세웠다. 처음에는 슈왈츠만 경의 제안에 따라 경기도 파주 공동경비구역(JSA)에 세우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국방부는 물론 유엔사령부, 정전협상국 당사자들의 동의를 얻는 절차를 거친 뒤 비로소 지난해 JSA에서 ‘세계평화의 종’ 착공식을 할 수 있었다.
-세 번째 평화의 종은 김포 애기봉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소강석 목사=북녘 땅에도 성탄의 소망을 전하기 위해 애기봉에 세운 십자가 점등탑이 2014년 10월 안전문제로 전격 철거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다. 철거된 철탑에 담겨 있던 한국교회의 평화통일 의지를 담아 ‘남북평화의 종’을 건립하면, 그 종소리가 북녘 땅 깊숙이 개성까지 들린다고 한다. 평화의 종 건립 이후엔 타종 행사 등 다양한 행사를 하면서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국내외 공감대를 확산시켜 ‘기다리는 통일’이 아니라 우리들 스스로 ‘일구어 가는 통일’을 준비하고자 한다.
-평화의 종 디자인이 독특하다. UN의 모양을 본떴다고 하는데 그 의미와 가치에 대해 설명해 달라.
△김영진 전 장관=독일 통일 현장에 가보니 분단 당시 세워졌던 시설물들이 별로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분단을 상징하는 철조망과 탄피를 이용해 만든 조형물을 세우면 그 자체로 소중한 의미와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평화의 종은 UN의 이름으로 한국전에 참전해 피 흘린 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영구히 기리고 한반도 평화통일은 남북한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상호 협력하고 연합해야 가능하다는 의미를 담기 위해 UN 문자를 체인 형식으로 형상화했다.
-민간 주도의 통일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남경필 도지사=현재 추진 중인 두 번째, 세 번째 평화의 종이 모두 우리 경기도 관할 지역에서 진행되는 것을 매우 뜻 깊게 생각한다. 70년 넘는 분단 역사 속에서 서로 이질화돼버린 남북한과 국내외 동포들이 필연적으로 화해 협력의 자리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될 시대적 상황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한반도 상황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바로 이때 기독교계가 중심이 돼 범국민적 평화통일운동의 일환으로 평화의 종 건립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시의 적절하고 뜻 깊은 일이다.
-아무래도 순수 민간차원에서 추진해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추진 일정과 계획은 어떻게 되나.
△김 전 장관=평화운동은 기한이 있을 수 없다. 우리도 이 사업이 끝나는 시점을 확정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되, 우리세대를 넘어 다음세대로 이어져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일단 호국의 달인 6월에 맞춰 남북평화의 종 착공식을 가지려 한다. 여건이 가능하다면 2023년 한국전쟁 정전 70주년 기념일까지 참전 21개국과 유엔본부 등지에 평화의 종을 건립코자 한다. 한국전쟁 정전 70주년 기념행사로 국내외 공중파 방송들과 함께 동시 타종 행사를 진행함으로써 국제적인 평화축제일로 발전시키도록 노력하겠다. JSA와 애기봉 정상에 평화의 종이 건립돼 역사적인 타종식이 진행된다면 본 사업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한층 높아져 새로운 출구가 마련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무엇보다 한국교회의 특별한 관심과 참여를 요청 드리고 싶다. 우리는 이번 사업을 한국교회와 함께 추진한다는 차원에서 ‘평화문화도시 김포’를 표방한 김포시와 적극 협력하려 한다. 그래서 애기봉에 건립되는 ‘남북평화의 종’ 근거리에 적정한 지역을 선정해 통일수련원을 조성하고, DMZ를 체험해보지 못한 지방의 교회들을 중심으로 연중 ‘DMZ평화기도회 겸 남북평화의 종 타종행사’를 진행해 한국교회 통일기도운동을 범국민운동으로 확산해 갈 계획도 갖고 있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교회나 기관, 단체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소 목사=민족의 평화통일을 준비해 가는 일을 어떤 혜택을 바라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뜻 깊은 일에 참여하는 교회나 기관, 단체 그리고 개인들의 숭고한 헌신은 후손이 본받을 수 있도록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이미 건립된 용산 전쟁기념관의 한국평화의 종과 동일하게 평화의 종탑 대리석 기단 가장자리 등에 참여자들의 명판을 조각해 영구적인 기록물로 남기고자 한다. 종탑 전면부 중앙에 매립되는 타임캡슐에 참여자들의 세부적인 기록 및 관련 영상, 사진 등을 수장해 통일이 되는 날 후손들이 개봉해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향후 유엔 본부와 참전21개국 등지에 건립될 예정인 평화의 종 건립사업을 비롯한 정례적인 타종 행사에 함께하고 조직위 특별실행위원으로도 위촉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업을 추진하는 한국교회에 대한 바람이나 당부가 있다면 말해 달라.
△남 도지사=독일 통일의 시작은 라이프치히 성니콜라이교회에서 소수의 인원이 모여 시작한 월요평화기도회였다. 그들은 기도회를 중심으로 하나 돼 독일 통일의 도화선이 됐다. 한국교회도 수년 전부터 통일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기도회 등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같은 열망이 국민 화합과 사회 통합의 발판이 되고 통일의 기반이 되기 위해선 국민들과 국제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상징적 이벤트가 필요할 것이다. 한반도 분단의 현장인 JSA와 북녘 땅이 내려다보이는 애기봉에서 한국교회가 중심이 돼 행해지는 범국민적 평화의 종 타종 행사는 국민들을 하나 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 한국교회가 오랜 기간 기도로 심어 온 평화통일의 새싹이 움트게 할 것이다. 베를린 장벽이 오늘날 세계평화의 상징인 것처럼, 지구촌 유일한 분단국가 대한민국의 분단 상징이자 현장인 JSA와 DMZ가 순수 민간 차원의 평화운동을 통해 세계평화의 현장으로 자리매김하리라 확신한다.
정리=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좌담] "평화통일 염원 종소리 북녘 땅과 세계로 울려 퍼지게 할 것"
입력 2016-04-27 18:39 수정 2016-04-27 2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