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靑 양적완화 방침에 침묵

입력 2016-04-26 21:09 수정 2016-04-26 23:58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로 동력을 잃었던 한국판 양적완화 공약을 두고 “추진되도록 힘을 쓰겠다”고 밝혀 실현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행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인데 여소야대 지형에서 야당에 대한 설득 없이는 어렵다. 우회로가 있긴 하지만 중앙은행 독립성 문제가 다시 불거질 소지가 있다. 당사자인 한국은행은 직접 언급을 꺼리며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다.

박 대통령은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 간담회에서 “강봉균 위원장께서 한국형 양적완화 정책을 말씀하셨는데, 이건 한 번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추진이 되도록 힘을 쓰겠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됐던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4·13총선 직전 한은이 산업은행의 산업금융채권과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저당증권을 인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한국판 양적완화 공약을 내놨다. 하지만 여당의 선거 참패로 법 개정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야당은 선거 전 중앙은행 독립성 침해를 들어 반대했다. 또 기업 구조조정에 한은을 동원하는 것보다 법인세를 올리는 게 정도라고 강조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공언대로 국회를 우회해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하려면 정부가 먼저 산업금융채권과 주택담보대출증권을 직접 보증해야 한다. 한은법은 정부의 원리금 상환 보증이 있으면 채권을 직접 인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은은 이날 직접 입장 표명을 피했다. 정부로부터 요청이 오면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원론만 나타냈다. 총선 직후인 19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구조조정 지원을 하더라도 법 테두리 내에서, 중앙은행 본연의 기본원칙 내에서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