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前대표 “유해성 몰랐다”… 檢 구속영장 검토

입력 2016-04-26 21:15 수정 2016-04-27 00:01

신현우(68·사진) 전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대표가 피의자 신분으로 26일 검찰에 소환됐다. 그는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죄송하다”면서도 “살균제 유해성은 사전에 몰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제품 개발·제조 실무책임자였던 전 옥시 연구소장 김모씨, 전 선임연구원 최모씨도 함께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의 중요 피의자들이다.

검찰은 신 전 대표 등을 상대로 독성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인산염을 넣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경위, 제품의 유해성을 인지한 시점 및 이후 조치 내용 등을 추궁했다. 신 전 대표는 살균제 ‘옥시싹싹 New 가습기 당번’이 출시된 2001년에 옥시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였다.

검찰은 옥시 측이 제품의 위험성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도 뚜렷한 대책 없이 생산을 지속한 여러 단서를 확보한 상태다. 옥시 연구소 측이 제품 개발 단계에서 독일 유명 화학회사 부설연구소 박사로부터 가습기 세정제 관련 흡입독성을 경고한 이메일을 받은 사실도 파악했다. 옥시는 독일 전문가의 자문을 토대로 흡입독성 실험 필요성도 검토했지만 결국 별도 검증 없이 판매를 강행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제조·판매 담당 핵심 관계자들의 과실이 입증되면 구속영장 청구도 검토할 방침이다.

검찰은 27일 선임연구원 최씨를 2차 소환해 개발 당시의 과실 여부 등을 추궁할 계획이다. 현 옥시 연구소장인 조모씨도 함께 소환한다. SK케미칼에서 PHMG 원료를 사들여 옥시에 공급한 중간 유통업체 CDI 대표 이모씨 역시 조사를 받는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다음 달 30일 정부와 제조·판매업체 13곳을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내기로 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은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조사의 공식 사과와 충분한 개별 피해보상, 유사 피해 방지를 위한 피해기금 조성을 위해 집단소송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을 찾아 특별수사팀장인 이철희 형사2부장과 면담했다. 이들의 사연에 이 부장도 눈물을 쏟아냈다고 한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