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문재인 ‘아슬아슬한 동거’… 전당대회가 뇌관

입력 2016-04-26 21:36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의 아슬아슬한 ‘전략적 제휴’가 전당대회 연기 문제를 두고 다시 한번 고비를 맞을 조짐이다. 김 대표 체제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전당대회 개최 시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더민주는 27일 비대위회의에서 전대 연기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정장선 총무본부장은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비대위에서 전대 준비와 함께 전대 시점까지 논의될 것”이라면서 “예정대로 전대가 치러진다면 별문제가 없지만 전대를 연기하려면 당선인총회 등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당의 비상상황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 만큼 비대위 체제 유지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합의추대는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김 대표 체제 유지를 위해선 전대 연기가 거의 유일한 선택지다.

비대위원 중에서는 이종걸 원내대표와 이개호 진영 비대위원 등 3명이 전대 연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김영춘 비대위원은 “6월 개원국회 끝내고 여름 하한기에 전대를 치러 새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원칙대로 전대를 열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다른 비대위원 4명은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성호 비대위원은 “20대 국회를 열자마자 당대표를 뽑겠다고 계파 싸움하다 국민이 지지를 철회하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문 전 대표와 함께 ‘영호남 순례’를 했던 김홍걸 당 국민통합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지난해 통과된 혁신안을 보면 새 지도부 구성은 총선 직후에 한다고 돼 있으며, 당헌에도 2개월 안에 선출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와 문 전 대표의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의원들 사이에서 ‘대리전’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이개호 비대위원은 MBC라디오에 나와 문 전 대표의 ‘정계은퇴 발언’과 관련해 “어떤 식으로든지 그런 말씀에 대해 매듭을 지어주는 모습은 보여주는 것이 좋을 것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압박했다. 또 김 대표와 문 전 대표의 갈등과 관련, “김 대표는 ‘앞으로 (문 전 대표를) 만나면 녹음기를 가져와야 되겠다’는 말을 했다고 하더라”고 했다.

반면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SBS라디오에 나와 “‘문 대표가 말을 바꾼다, 헛소리를 한다’ 이런 건 김 대표가 언론을 향해 할 말은 아닌 것 같다”며 “섭섭함이 있어도 안에서 두 분이 풀어야지 우리 안에서 있던 목소리들이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언론에 오르내리면 결국 우리만 손해”라고 말했다.

김용익 의원도 트위터에 김 대표를 겨냥, “이것(당내 갈등)은 정치 문제도 아니고 계파 문제도 아니다”며 “그냥 어떤 특정 인물의 독특한 성격 문제일 뿐”이라고 했다.

임성수 고승혁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