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선택과 집중… 업종 따라 3트랙 진행”

입력 2016-04-26 17:51 수정 2016-04-26 21:20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6일 서울 금융위에서 올해 처음 열린 범정부 구조조정협의체 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심각한 표정으로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다. 김지훈 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6일 산업 구조조정을 업종별 상황에 맞춰 3트랙(track)으로 나눠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조조정이 시급한 업종과 그렇지 않은 업종을 나눈 ‘선택과 집중’ 식 구조조정이다. 정부 구조조정협의체와 채권단에 허락된 시간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트랙1로 분류된 대우조선해양은 2019년까지 2100여명을 추가로 감축해야 하고, 현대·삼성중공업은 주채권은행이 자구안을 직접 관리하게 된다.

◇조선·해운 구조조정 칼바람 예고=정부가 제시한 세 가지 트랙 중 가장 시급한 구조조정 업종은 조선·해운 업종이 속한 트랙1이다. 다른 업종에 비해 조선·해운 업황이 악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 해당 업종에서는 유가하락, 해상물동량 감소, 운임하락 등 악재가 지속되고 있다. 트랙1에서는 구조조정협의체가 구조조정의 기본 방향을 제시한다. 이를 토대로 채권단이 개별기업과 구조조정을 추진하게 된다. 다른 트랙들보다는 정부가 주도적인 위치에서 구조조정을 관리하게 된다.

조선 업종에서 가장 구조조정이 시급한 기업은 대우조선해양이다. 급여체계 개편, 비용 절감 등의 자구계획을 진행 중이지만 서울 본사(1630억원), 마곡부지(2008억원) 등 자산 매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정부는 우선 대우조선해양 인력을 현재 1만2819명에서 1만697명까지 추가로 감축하기로 했다. 경영 상황별 스트레스 테스트 진행과 함께, 원가구조도 개선해 연간 3000억원 이상의 수익성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삼성·현대중공업의 경우 지금까지 개별 기업의 자구안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돼 왔다면 이제부터 주채권은행이 주도하는 구조조정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의 선제적 채권관리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대기업·중소기업 신용평가=트랙2는 대기업 계열사 및 중소기업 등에 대한 전반적인 신용위험평가와 워크아웃 절차를 골자로 한다. 금융감독원과 채권단이 주요 감독기관이다. 금감원은 앞서 빚이 많은 대기업집단인 주채무계열을 39개 선정했다. 이밖에 다른 대기업 계열사, 중소기업 등에 대해서도 영업현금흐름 적자 등과 관련된 신용위험평가가 진행된다. 결과에 따라 주채무계열은 오는 6월, 대기업은 7월 중소기업은 10월까지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워크아웃 등이 추진된다. 현재 5대 경기민감업종 중 건설사는 시공능력 100위 내 14개 기업이 워크아웃, 법정관리를 밟고 있다. 당분간 건설업계에 불안 요인이 없기 때문에 건설업체들은 주로 트랙2에서 관리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건설수주는 전년 대비 50% 가까이 늘었다.

◇철강·석유화학은 일단 안심=공급 과잉으로 트랙3에 분류된 철강과 석유화학 부문은 꾸준히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어 당장 구조조정의 칼날에서는 비켜가게 됐다. 철강 업종에서는 자체적인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으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석유화학은 해외 경쟁업체들의 설비 증설 연기가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두 업종에는 다른 트랙들에 비해 자율성을 허용키로 했다. 업계 자율로 컨설팅을 하고 수급전망, 경쟁력을 자체 진단한 후 설비감축, 인수·합병(M&A)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 관계자는 “자체 컨설팅 결과를 사업 재편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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