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수순에 돌입한 해운과 조선은 호경기의 잘못된 욕심이 불경기에 부메랑으로 돌아온 경우다. 해운업의 경우 호황기 과도한 용선(傭船)이 이후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용선료 부담으로 돌아왔고, 조선은 무분별한 해양플랜트 수주가 대규모 부실로 이어졌다. 두 업종 모두 글로벌 경기에 민감하고 장기간 침체를 거듭해 구조조정 이후에도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경기 선행지수로 꼽히는 건화물운임지수(BDI)는 지난 22일 기준 688을 기록했다. 2008년 5월 20일 최고점인 1만1793을 찍은 BDI는 지난 2월 10일 사상 최저치인 290까지 떨어졌다. 최저점을 찍은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다.
국내 양대 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해운 경기가 좋았던 2000년대 중후반을 전후해 장기 용선 계약을 체결하며 덩치를 키웠고, 결국 이것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내내 발목을 잡았다. 살아남는 것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신규 선박 발주는 더욱 힘들어졌고, 두 회사 모두 2011년 이후에는 신규 발주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비해 머스크를 비롯한 글로벌 해운사의 경우 불황에도 불구하고 경쟁적으로 2만TEU에 육박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하기 시작했다.
선박 대형화를 통해 운송 단위 비용을 줄이는 등의 전략으로 운임 하락에 대비한 것이다. 실제 글로벌 해운 1위 머스크는 지난해 운송 단위 비용을 2012년 대비 25% 낮췄다. 연료 소비량 역시 2007년의 52% 수준으로 줄였다. 발주 잔량에도 차이가 커 머스크, MSC, 코스코, 에버그린 등은 발주 잔량이 수십만TEU인 반면 한진해운은 1만TEU에도 못 미친다.
조선 역시 새로운 먹거리로 인식됐던 해양플랜트에 무리하게 욕심냈다가 부실만 키웠다. 2009년 7억 달러에 불과했던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는 이듬해 37억 달러까지 증가한 뒤 2011년에는 95억 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대우조선해양도 2009년 16억 달러이던 해양플랜트 수주가 2012년에는 105억 달러까지 늘었다. 설계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무작정 수주에 나섰다가 저유가와 함께 발주가 줄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조선 빅3가 입은 영업손실만 6조8700억원에 이른다.
해양플랜트에서 촉발된 영업손실이 조선업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향후 중국 및 일본과의 경쟁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덩치를 줄이는 데 급급하다 보면 유가가 회복된 이후 해양플랜트 수주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감안하지 않고 인력 감축이나 자산 매각 등에 집중될 경우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관련기사 보기]
해운·조선업황의 딜레마… 호황기 몸집 불리기 급급 결국 탈났다
입력 2016-04-26 17:45 수정 2016-04-26 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