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회장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중앙회 현직 이사 2명과 간부 1명을 피의자로 입건한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은 1차 투표에서 탈락한 최덕규(66) 후보가 2위로 결선에 오른 김병원(63·현 농협회장) 후보를 결선 투표 직전 찾아가 만났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이성규)는 지난 22일 중앙회 이사 2명을 비공개 소환조사했다. 이들은 전임 회장 때인 2012년 7월 이사에 선임됐다. 앞서 20일에는 이 두 사람과 농협 지역본부 간부의 집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들을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한 이사는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특정 후보 선거운동을 벌였는지, 접촉한 인물은 누구인지 등을 조사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1월 12일 치러진 농협회장 선거의 1차 개표 발표와 결선 투표 개시까지 ‘13분간’ 후보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오후 12시47분 발표된 1차 투표에서는 이성희(67) 후보가 1위, 김 후보가 2위에 올랐다. 오후 1시부터 결선 투표가 진행됐다.
검찰은 1차 3위로 결선행이 좌절된 최 후보가 개표 발표 직후 김 후보가 있던 후보자 대기실로 찾아가 대화를 나눈 정황을 잡았다. 투표 장소인 농협중앙회 대강당에는 후보자 6명이 각각 대기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검찰은 최·김 후보와 김 후보 측 조합장 1명이 대기실에서 한동안 함께 머물렀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장에 있던 대의원 등에 대한 조사도 이미 진행했다.
최 후보는 면담 직후 김 후보의 손을 들어 올리고 투표장을 돌았다. 또 오후 12시 54∼56분 최 후보 명의의 김 후보 지지 호소 문자메시지 3건이 대의원 107명에게 발송됐다. 최 후보 측근인 김모(57·구속 기소)씨가 경기도 고양 한 오피스텔의 최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보낸 것이었다. 범죄에 동원된 선불 대포폰은 당일 결선 투표 발표 직후 폐기됐다. 검찰은 조만간 최 후보를 피의자로 불러 조사한다.
황인호 기자 inovator@kmib.co.kr
농협중앙회 현직 이사·간부 3명 입건
입력 2016-04-26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