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라는 명성이 높았던 미국 워싱턴DC의 지하철이 지난 40년 동안 낙하산 경영진과 강경 노조 탓에 관리가 부실한 워싱턴 최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남의 나라 일 같지 않다.
워싱턴 지하철은 지난달 16일 하루 동안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이틀 전 지하철 케이블에서 화재가 발생해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화재에 화들짝 놀란 까닭은 1년 전 비슷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랑팡플라자역에서 화재가 발생해 80명이 연기에 질식하고, 1명이 숨졌다. WP는 “이 사건 외에도 워싱턴 지하철은 수시로 고장 나거나 사고가 터진다”고 전했다.
지난달 점검 결과 지하철 시설이 전반적으로 낡아 운행을 당분간 중단하고 전면적인 보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런데 워낙 관리가 부실했기에 제대로 보수하려면 무려 6개월간 160㎞ 전 구간을 폐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WP는 미국 수도권 일대 대중교통의 총아로 불렸던 워싱턴 지하철이 골칫덩이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수십년간 경영진과 이사진이 시 정부에 의한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지하철 운영을 감시할 정치인들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경영진과 노조의 소통 부족도 문제를 방치하게 만든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안전상 문제점을 찾아내면 오히려 관리부실에 따른 책임을 자신이 뒤집어쓸까 두려워 쉬쉬하는 문화도 팽배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P는 그러면서 “40년간 적폐에 침묵했던 게 워싱턴 지하철을 침몰시킨 요인”이라고 비판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월드 화제] 40년 낙하산 인사에 골병 든 워싱턴 지하철
입력 2016-04-26 1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