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정신 못 차린 與… 만나면 친박-비박 ‘싸움질’

입력 2016-04-26 21:37
새누리당 정갑윤 서청원 원유철 당선인(오른쪽부터) 등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국회의원 당선인 워크숍에 앞서 국민에게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동희 기자

새누리당 당선인 워크숍은 결론 없이 비판만 난무한 채 끝났다. 지도부의 자아비판도 있었지만 총선 참패 책임론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양대 계파 수장에 대한 실명 비판이 나오는 등 계파 갈등의 앙금도 여과 없이 드러났다. 리더십 부재로 인한 난맥상이 계속되면서 총선 후유증도 깊어지는 양상이다.

26일 오전 10시 시작된 워크숍은 당선인들의 사죄의 의미를 담은 90도 인사 퍼포먼스로 시작됐다. 원유철 당 대표 권한대행은 “공천과정에서 추태를 보이며 국민을 실망시켰다”고 사죄했고, 8선 고지에 오른 최다선 서청원 의원은 “자리가 많이 비어 쓸쓸해 보인다.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반성하고 사죄드린다”고 했다. 서 의원은 “저는 당 대표, 원내대표 꿈도 없다. 국회의장이 언급되는데 야당이 우리한테 주지 않는다. 다 접어야 한다”며 ‘2선 후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비공개 토론회에선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당선인 사이에서 총선 참패 책임론 공방이 벌어졌다.

비박계 이종구 당선인은 “최경환 의원의 이른바 ‘최노믹스’가 잘못돼 국민이 투표로 우리를 심판하지 않았느냐. 진박 감별사 등 진박 마케팅 때문에 심판을 받았는데 모든 잘못의 중심에 최 의원이 있다”고 면전에서 맹비난했다. 그는 “진박 마케팅한 모든 책임 있는 사람들은 어떤 당직에도 나올 생각을 하지 말고, 꿈도 꾸지 말라”며 “3보1배를 하든 삭발을 하든 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시당 위원장인 김용태 의원은 “지금 우리를 유혹하는 민의 왜곡의 방편과 꼼수는 한 치 앞도 못 보고 제 무덤을 파는 일”이라며 “국민의 뜻을 거스르면 새누리당은 영원히 망할 것”이라고 친박계 2선 후퇴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박계 김태흠 의원이 곧바로 반격했다. 그는 총선 참패 원인에 대해 “주연은 김무성 전 대표고, 조연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을 비롯한 공관위원이며 수수방관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 대표가 (총선) 그림이 잘못 그려져 가는 상황 속에서 ‘옥새 파동’을 일으키면서 그림 자체를 망가뜨렸다. 그게 할 짓이냐”며 “선거가 끝나고도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 야반도주를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책임론을 전가하는 사람들은 김 전 대표 언저리에 있으면서 올바로 가도록 조언해주지 않고 덩달아 부화뇌동한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혁신모임에 대해서도 “국회선진화법을 주도해 4년 내내 국정 발목을 잡히게 한 원죄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원내대표 합의추대는 사실상 불발됐다. 이명수 의원 등 일부는 합의추대를 강력히 주장했지만 황영철 의원은 “각자 당을 어떻게 이끌고 갈지 혁신방안을 분명히 밝히고 각자가 선택하게 하는 투표가 좋다”고 맞섰다. 다만 비대위원장은 차기 원내대표와 별도로 선출하자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고 한다.

한편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당이 분석한 ‘총선 패인 및 지지 회복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당은 공천 실패와 공천 과정의 문제점, 경제·민생 악화, 홍보 실패, 부실한 여론조사, 공약 혼선, 정부 출범 후 잇따른 재보선 승리 등을 패인으로 제시했다. 특히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 등을 언급하며 “엉터리 수준인데도 수치에 도취돼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 잘못된 여론조사는 3당 체제라는 선거 구도에 너무 의존케 하거나 국민의당 변수를 과소평가하는 근거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