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는 가 본 적 없다는 구효서(59·사진) 작가가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냈다. 그것도 멜로 소설이다.
1987년 등단 이후 장편 20권을 썼지만 첫 멜로 소설인 ‘새벽별이 이마에 닿을 때’(해냄출판사) 출간을 기념한 기자간담회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구 작가는 “소설 작품 하나하나가 돌덩어리다. 건너야 할 냇가가 있기에 던져놓고 딛고 건너가는 징검돌 같은 것이다. 강은 건너가야 하니까, 안 건너갈 수는 없으니까, 이런 일을 30년간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멜로는 멜로디에서 연유한다. 문학은 음악성을 끌어들이기 힘든 장르인데, 문학에 음악적 요소를 도입하기 위한 수단으로 멜로를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그가 추구하는 음악은 느리다. 소설은 갈등구조로 짜인다. 갈등에는 긴장이 발생하며 속도는 빨라진다. 작가는 “느린 속도에서도 긴장감이 발생할 수 있음을 실험해보고 싶었다”며 “그래서 글 쓰는 내내 ‘아다지오(‘느리게’를 뜻하는 음악용어), 아다지오’를 속으로 불렀다”고 했다.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 수는 사고로 원래의 외모와 기억을 잃고 말라위에 온 한국계 미국인 입양아다. 수는 친구 엘린과 그녀의 연인 리의 보살핌을 받으며 함께 산다. 어느 날, 불현듯 과거의 기억이 살아난다. 수는 과거에 리와 자신이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리와 엘린의 행복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기억 회복을 비밀로 묻어둔다. 이런 상황에서 소원이 이뤄진다는 크고 깊은 돌 구덩이 ‘은라의 눈’에 다녀오는데….
수는 한국계라지만 국적은 미국인이다. 리는 케냐, 엘린은 미국인이다. 아프리카도 낯선 데 한국인이 아닌 얘기라니.
사랑 소설을 쓰면서도 이렇듯 ‘공감 인프라’가 취약한 설정을 고른 이유는 뭘까. “이순신을 그린 영화 ‘명량’이 히트한 건 우리 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경험치의 인프라가 있다. 그렇다면 한국적 감수성, 감동의 메커니즘이 통하지 않는 낯선 무대에서는 어떻게 공감이 가능할까를 실험하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했다. 이번 소설은 작가 인생 30년에 접어든 구효서가 새롭게 당긴 활시위다.
글·사진=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구효서 “첫 멜로… 느림 속에서 긴장감 주는 소설 쓰고 싶었다”
입력 2016-04-26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