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난민 1만여명이 몰린 그리스 북부 이도메니 지역에서 80대 그리스 할머니가 난민 15명을 집에 살도록 해 감동을 주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25일(현지시간) 이 할머니를 “영혼이 고결한 분”이라고 소개했다.
파나이오토 바실라이아두(82·사진) 할머니가 처음 난민을 만난 건 올해 초 한 시리아 사람이 음식을 끓일 냄비를 얻으러 왔을 때다. 냄비를 빌려준 할머니는 며칠 뒤 난민 10명과 맞닥뜨렸다. 냄비를 돌려주러 친구 9명과 같이 온 것이다. 문밖의 난민들은 추위에 떨었고, 생후 6개월 된 아기도 있었다. 할머니는 이들을 모두 집 안으로 들어오게 해 함께 살기 시작했다. 얼마 뒤에는 다른 난민 5명이 찾아와 샤워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할머니는 샤워를 마친 그들을 추위 속으로 내보낼 수 없어 지금까지 같이 지내고 있다.
바실라이아두 할머니는 연금생활자다. 그리스 금융위기 이후 연금이 줄어 지금은 월 450유로(58만원)를 받는다. 그 돈을 최대한 아껴 난민 15명과 함께 생활한다.
일부 이웃은 할머니를 못마땅해 한다. 난민들이 마을로 더 몰릴까 걱정해서다. 하지만 할머니는 젊은 사람들이 난민생활을 하는 게 안타까워 차마 내쫓지 못한다. 오히려 미안해하는 난민들에게 “고개를 당당히 들고 다녀라. 지금의 어려움도 다 과거가 될 것이다”라고 격려한다. 물론 난민이라고 할머니의 잔소리를 피할 수 없다. 할머니는 요즘 시리아에서 온 마지드(20)에게 “담배를 끊으라”며 볼 때마다 잔소리를 한다고 BBC는 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난민 15명과 함께 사는 그리스 천사 할머니
입력 2016-04-26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