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꽃 피운 ‘도심 속 문화오아시스’ 플라토, 8월 끝으로 ‘아듀’

입력 2016-04-26 21:29
삼성미술관 플라토의 고별전을 갖는 중국 작가 리우웨이가 로댕의 ‘지옥의 문’과 함께 설치된 자신의 작품 ‘파노라마’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삼성미술관 제공

서울 중구 삼성미술관 플라토 로비에 있는 프랑스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의 ‘지옥의 문’과 ‘칼레의 시민’을 8월이 지나면 더 이상 이곳에서 볼 수 없게 됐다. 28일부터 8월 14일까지 열리는 중국 작가 리우웨이(44)의 개인전 ‘파노라마’를 끝으로 미술관이 문을 닫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건물 1층에 1999년 로댕갤러리로 출발해 2011년 플라토로 이름을 바꾼 미술관은 지난 1월 건물이 부영에 매각되면서 폐관이 결정됐다. 미술관은 17년간 국내외 주목받는 작가들의 현대미술을 소개하면서 ‘도심 속 문화 오아시스’라는 별명을 얻었다. 백남준 이우환 등 50여 차례 전시를 통해 연간 3만여명, 총 50만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플라토의 굿바이 전시 주인공인 리우웨이는 1996년 중국 항저우 미술학원을 졸업한 뒤 2011년 상하이미술관 최연소 개인전 작가로 선정되고, 광저우비엔날레(2002) 베니스비엔날레(2005) 서울국제미디어아트(2006) 등에 참가하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했다. 그의 작업은 건축 폐기물이나 버려진 책들을 활용해 현대사회의 이면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로댕의 조각 작품과 함께 진열된 그의 대표작 ‘파노라마’는 고대의 아레나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원형극장을 연출했다. 책을 재료로 삼아 조각한 ‘룩! 북!’은 책이 더 이상 지식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현실을 패러디했다. 폐기물을 재조립한 ‘하찮은 실수’, 일출을 컴퓨터 화면으로 재현한 ‘동녘’, 사람 엉덩이를 촬영한 ‘풍경처럼’ 등 설치, 회화, 사진, 영상 등 12점을 선보인다. 천안문 사태 이후 성장한 차세대 작가의 작품을 통해 2000년대 중국 현대미술을 조망할 수 있는 기회다.

26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작가는 “로댕의 작품을 보고 전시를 구상한 것은 아니지만 ‘지옥의 문’이나 제 작품이나 현실사회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면서 “플라토가 폐관된다는 사실을 한 달 전에 알았는데 이렇게 좋은 전시공간이 없어진다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홍라영 삼성미술관 총괄부관장은 “이번 고별전이 끝난 후 8월 31일 플라토의 운영은 종지부를 찍게 된다”며 “‘지옥의 문’과 ‘칼레의 시민’을 어디로 옮겨 어떻게 보관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홍 부관장은 “미술계 안팎에서 많은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는 것을 잘 안다. 전시는 삼성문화재단이 계속 이어갈 예정이고 장기적으로는 플라토 같은 전시장을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의 성원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무료로 진행된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