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간의 빅딜이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6일 ‘제3차 산업 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임 위원장은 “기업과 산업의 상황에 따라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3개 트랙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채권단이 조선·해운업체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채권단이 신용위험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부실 징후 기업에 대한 상시적 구조조정을 단행할 방침이다. 철강·석유화학 등 공급과잉 업종의 경우 기업이나 해당 산업이 자발적으로 인수·합병, 설비감축 계획을 수립하고 정부가 이를 지원하기로 했다.
임 위원장의 발표 내용은 해당 업체에 자구 노력을 촉구하고 필요하면 지원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는 “사즉생의 각오로 구조조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지만 구조조정 방안에서는 결연한 의지나 사안의 절박성을 읽을 수 없다. 수주절벽에 직면하면서 지난해 8조5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조선 3사에 대해서도 인력감축 비용절감 등을 요구하는 수준에 그쳤다. 기업 구조조정과 효율적인 산업 재편에 성공하려면 정부의 단호한 의지와 적절한 타이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선 빅3가 일감을 확보하지 못해 독이 비어 가는 사이에 일본과 중국 조선업계는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세계 조선업 1위 한국의 아성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700여개 조선소를 51개로 줄이는 고강도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일본과 중국 조선업계의 구조조정 속도와 규모를 고려하면 한국의 구조조정안은 한가한 느낌마저 든다. 대마(大馬)도 부실하면 정리한다는 강력한 신호를 시장과 업체에 줘야 한다. 조선·해운업체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데도 정부가 구조조정을 미루는 듯한 인상을 주면 곤란하다.
조선·해운업체와 공급과잉 업종의 구조조정에 따라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실직자 대책 마련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19대 국회는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실직자의 재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노동개혁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다. 투쟁을 일삼아온 일부 기업 노조는 회사가 살아야 노조도 살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을 해야 한다. 구조조정 회오리에 휩싸인 업체들은 군살을 빼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위기에서 탈출하기 바란다. 금융 당국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드러난 전·현직 경영진과 대주주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묵인해서는 안 된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일가는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하기 전에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해 손실을 크게 줄였다. 금융 당국은 최 전 회장 일가의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고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엄중 처벌해야 마땅하다.
[사설] 절박성 느껴지지 않는 정부의 조선·해운 구조조정안
입력 2016-04-26 1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