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경제 성적표는 초라했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1분기 성장률은 전분기에 비해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에 시달리던 지난해 2분기와 같은 수준인 데다 최근 3분기 만에 가장 낮은 실적이다. 내수 위축, 수출 부진에다 설비투자까지 급감하면서 경제 전반의 성장동력이 꺼지고 있음을 나타냈다. 정부가 재정 조기 집행 규모를 늘리고 산업연관 효과가 큰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기간을 연장하는 등 대책을 폈으나 역부족이었다. 이 추세라면 정부가 전망한 올해 3%대 성장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비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한마디로 저성장의 고착화가 현실화되는 셈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성장 기여도가 큰 민간소비가 급감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1분기 민간소비는 0.3% 줄면서 작년 4분기(1.4%)와 비교하면 급격히 둔화됐다. 작년 하반기 시행됐던 소비진작책 효과가 사라지면서 우려됐던 ‘소비절벽’이 가시화된 것이다. 민간소비 증가율 -0.3%는 세월호 사태의 충격이 한창이던 2014년 2분기 이후 7분기 만에 최저치다. 메르스 때문에 급격히 얼어붙었던 작년 2분기(-0.1%)보다 더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의 여건이 더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세계경제 위축과 같은 외생 변수는 차치하더라도 당장 눈앞에 닥친 구조조정 후폭풍을 어떻게 견딜지 우려스럽다.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단행되면 대량 감원, 내수 급랭 등 악재가 잇따를 수밖에 없다.
상황이 예사롭지 않은 만큼 정부는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해야겠다. 당장 주중 발표 예정인 청년·여성 고용 대책과 신산업 지원 대책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주저할 이유가 없다. 더 이상 머뭇거리다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가는 최악의 수순이 기다리고 있다.
[사설] 1분기 성장률 고작 0.4%,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입력 2016-04-26 1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