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통 강조한 박 대통령… 국정운영 방식도 확 바꿔야

입력 2016-04-26 17:24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45개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과 두 시간 넘게 오찬간담회를 하면서 제시한 키워드는 협력과 소통이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남은 임기 동안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의를 잘 반영해 변화와 개혁을 이끌면서 각계각층과의 협력, 소통을 잘 이루어나갈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동안 여론으로부터 ‘불통’이라는 비판을 숱하게 들어도 꿈적도 않던 박 대통령이 소통을 화두로 꺼낸 자체가 중대한 변화다. 의회권력을 여소야대로 바꾼 4·13 총선 결과에 따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총선 후 2주가 다 돼서야 비로소 이런 자리가 마련된 것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예상외의 여당 참패가 국정에 미친 충격을 조기에 수습하고, 새 출발할 각오가 있었다면 이런 모임을 보다 일찍 가졌어야 했다. 지금쯤엔 뼈를 깎는 반성의 토대 위에 이전과는 전혀 다른 여소야대 정국에 적합한 국정 청사진이 제시됐어야 옳았다.

각계각층과 소통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꼭 지켜져야 한다. 이 연장선상에서 대통령은 다음달 초로 예정된 이란 방문 후 3당 대표와 만나겠다는 뜻을 전했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3당 대표모임 정례화는 물론 여야정협의체 구성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의사를 밝힌 것은 협치로 나아가는 중요한 진전이다. 대통령이 모두발언에서 언급한 대로 남은 기간 어떻게 해서든 성장동력을 꼭 만들기 위해서는 20대 의회권력을 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을 여당 이상으로 품어야 한다.

앞으로 있을 일련의 대화가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이벤트성 행사에 그쳐선 안 된다. 중요한 건 횟수가 아니라 내용이다. 흉내만 내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총선 민의는 두 가지다. 일방통행식 리더십에 대한 경고와 인적 쇄신 및 국정 운영 스타일 변화 등 대대적 혁신이다. 그러나 어제 행사에서 박 대통령은 소통하겠다면서도 국정 기조엔 별다른 변화가 없음을 예고했다. 개각도 부정적이고, 경제활성화를 통한 세수 확대 기조나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아무래도 대통령이 총선 민의를 잘못 읽고 있는 듯하다. 이래서는 야당은 물론 여론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