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상설영화관은 1910년 2월 서울 을지로에 개관한 ‘경성고등연예관’이다. 500명 정도를 수용하는 이 영화관은 현대식 영사시설을 갖춰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입장료는 특등석이 1원일 정도로 비쌌다. 주변 극장의 영화 관람료는 10∼30전이었다.
1945년 광복 당시 서울의 영화요금(한국영화 기준)은 2원이 채 안 됐다. 화폐개혁 직후인 63년엔 55원이었다. 그때 처음 시판된 라면이 10원, 자장면 25원 하던 시절이다. 15년 뒤인 78년엔 1000원 시대가 된다. 관람료는 정부의 가격 통제(한도액 고시)를 받다 82년 극장 자율신고제로 바뀐다. 이어 92년 5000원, 2013년 1만원(주말) 시대를 연다. 화폐개혁 후 50년간 180배 오른 것이다.
관람료 1만원 시대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1만1000원 시대를 맞았다. 멀티플렉스 CJ CGV가 지난달 좌석·시간대별로 세분화한 데 이어 롯데시네마도 시간대별 요금제를 27일 적용함에 따라 주말 프라임시간대 요금이 1만1000원이 됐다. 말만 소비자 선택 다양화이지 편법 인상이다. 기존 주중·주말(금∼일) 2단계(조조·일반)에서 4단계(조조·일반·프라임·심야)로 차등해 주중 가격을 일부 내렸지만 관객이 가장 많이 찾는 주말 오후 1시∼밤 11시 프라임시간대 요금을 1000원 올렸기 때문이다.
CGV는 더 교묘한 요금체계를 만들었다. 시간대는 물론 좌석도 세 구역으로 구분해 앞쪽 좌석(이코노미존)을 1000원 낮춘 대신 관객이 선호하는 중앙 부근(프라임존)은 1000원 높였다. 근데 이코노미존이 20%인 데 반해 프라임존은 40%가량 차지해 속셈이 뻔히 보인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CGV 일부 예매 현황을 조사해 나온 ‘관람객 1인당 430원 가격인상 효과’는 이를 입증한다.
관람료 인상이 영화계 숙원이긴 하다. 하지만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해야지 꼼수로 해선 반발만 초래한다. 시민단체들이 들고일어난 건 이 때문이다. 소비자를 외면한 채 돈만 밝히다가는 역풍이 불 수 있다.
박정태 논설위원
[한마당-박정태] 영화 관람료 꼼수 인상
입력 2016-04-26 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