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가 아니라 교회에서 제대로 훈련받은 청년 리더들 같았다. ‘발레로 만나는 메시아’에 출연하는 5명의 발레리나 이야기다.
지난 21일 서울 이화여대 무용연습실에서 이들을 만났다. 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크고 작은 무대에 선 전문 발레리나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작품 ‘메시아’보다 구세주 ‘메시아’에 더 관심이 많았다. 메시아를 만난 후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고백했다.
이화 창립 130주년을 기념해 다음 달 16∼1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발레로 만나는 메시아’는 성경에 나오는 예수의 삶과 죽음, 부활을 이야기하는 창작 발레다. 80여명의 무용수가 등장하는 대작이다.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가 수여하는 ‘2014 올해의 최우수 예술가상’도 받았다.
이화여대와 이화여대 총동창회가 주최하고 이 학교 무용과 재학생 및 졸업생으로 구성된 이화발레앙상블이 주관한다. 이번 공연은 한국에 온 최초의 외국인 여성 선교사이자 이화학당 설립자인 메리 스크랜턴을 기념하는 의미도 갖는다.
공연의 주제는 메시아 예수를 전하는 것이다. 하지만 주요 출연진들이 교회의 청년 리더들처럼 신앙이 좋고 반듯할 줄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메시아를 통해 가장 크게 변한 이는 임지은이었다. 이번이 4번째 출연인 그는 메시아에 출연한 이후 크리스천이 됐다. 배역도 극과 극을 달려 예수에서 사탄으로 바뀌었다.
“예수 역할을 맡았을 때 우리의 죄를 해결하려고 신이 인간으로 오셨다는 것도 그렇고, 우리를 대신해 죽었다는 것도 그렇고, 도대체 예수가 어떤 분인지 이해가 안 됐어요. 그래서 ‘예수님 당신은 어떤 분인가요?’라며 편지를 쓰기도 했어요. 이제 조금 예수님을 알게 됐는데 사탄이 돼버렸네요.”(웃음)
이은미는 막달라 마리아 역을 하다가 살아계신 예수를 만났다고 했다. 마리아 역으로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바라보는데 실제 예수로 느껴졌다고 했다.
“이전에는 무용 동작이나 테크닉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날 이후 모든 게 달라졌어요. 이 작품을 통해 내가 만난 예수를 전하고 싶어졌고 그래서 더 노력하게 됐어요.”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가 귀신을 쫓아낸 여인으로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힐 때 곁에서 지켜본 이다.
베드로 역의 김다애는 “예수님이 채찍을 맞으며 베드로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실제 예수님이 나를 보고 계신 것 같았다”고 했다. 그때 예수를 부인하며 살았던 지난 삶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13회째다. 총 2막 15장으로 이전 2막 9장에다 여러 장면을 추가했다. 공연시간은 1시간 30분. 2003년 초연부터 출연하고 있는 이지혜는 “모든 공연이 새롭고 거기에서 받는 은혜도 각각 달랐다”며 “회를 거듭할수록 하나님과 더 깊이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군무로 출연한 후 다양한 역을 소화했고 이번엔 본디오 빌라도의 처로 출연한다.
“12가 완전수이기 때문에 13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고 해요. 그래서 이번 무대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이번 작품은 특별히 예수의 인간적인 모습을 강조한다. 예수 역은 강민지가 맡았다. 안무와 예술 감독을 맡고 있는 신은경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가 “강민지 나이가 올해 33세에요. 부활하신 예수님과 나이가 똑 같아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 같아요”라고 했다. 그러자 강민지는 “교수님 굳이 나이는 안 밝혀도 될 것 같은데요”라며 정색을 하는 척했다. 잠시 웃음바다가 됐다.
강민지는 여성이면서 남성 역할을 해야 하는 고충도 털어놨다. “처음에 백부장 역할을 맡았을 때 비중 있는 역이어서 좋긴 했는데 저도 여자다 보니 남자 역은 주저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여성으로서 예수님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중이랍니다.”
이들이 이런 고백들을 할 수 있게 된 데는 신 교수의 영향이 컸다. 신 교수는 증조할아버지, 외할아버지가 목회자인 가정에서 자랐고 지금은 은퇴한 엄명구 목사의 아내다. 그는 연습에 앞서 단원들과 함께 기도하고 연습하는 내내 메시아 예수에 대해 설명한다.
부활하신 예수가 갈릴리 바닷가에서 고기 잡는 베드로를 찾아간 장면이다. 베드로와 그의 일행이 고기를 잡고 뭍으로 올라온다. 예수가 이들을 맞이한다. 신 교수가 이 장면을 조곤조곤 부연 설명한다. “너희들, 여기까지 오느라고 수고 했지. 자∼ 어서 조반을 먹어라.”
베드로와 일행은 조반을 받아들고 감격해 머리를 숙여 운다. “베드로,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나지. 예수님 돌아가신 후 먹고 살겠다고 이곳까지 왔는데 그 예수님이 부활하셨고 이렇게 아침 식사까지 준비해주셨으니.”
3∼4개월 연습기간 내내 이런 설명을 듣노라면 예수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무대서 메시아 만난 후 삶이 달라졌어요”… ‘발레로 만나는 메시아’ 출연 발레리나 5인의 고백
입력 2016-04-26 18:34 수정 2016-04-26 2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