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에 25일 오후 해운업계 전문가들이 모였다. 착잡한 표정이었다. 양대 국적선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구조조정 절차를 밟게 되자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개최한 회의의 참석자들이었다. 해운물류 업체와 항만공사 관계자, 학계 등 14명이 기로에 선 한국 해운업의 운명을 논의했다.
답답한 마음에 서류로 부채질을 하는 이들도 있었고, 채권단에 운명을 맡긴 한진해운 관계자는 시종일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현재 4개인 국제 해운 동맹이) 아마도 3개 얼라이언스(동맹)로 축소 재편될 것으로 추측된다”면서 “얼라이언스 재편에 따라 양대 국적선사뿐 아니라 국내 해운 항만 물류 전반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의견을 구했다. 기존 해운 동맹은 프랑스와 중화권 국가 선사 중심으로 한 동맹과 덴마크·스위스 선사 중심의 동맹으로 재편되고 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구조조정의 진통이 길어지면서 동맹에서 퇴출될 위기에 몰려 있다는 위기감이 회의장에 팽배했다. 김 장관은 “내년 초쯤이면 대개 새로운 얼라이언스가 출범할 것으로 보이는데 긴밀히 협력하고 모니터하고 지혜를 모으고 대응을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양대 선사의 정상화가 이뤄져야 동맹 재편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해사연구본부장은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적선사들은) 해운 얼라이언스에 포함돼야 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회사채 만기 연장, 대출 금리 인하 등에 정부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본부장은 “(국적선사가 해운 동맹에서 빠질 경우) 환적 물량이 줄어 국내 항만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양대 원양 선사가 흐트러지면 연근해 선사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두 국적선사 합병에 대해선 “동맹 관련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부회장도 “두 개 국적선사가 우선 재무적으로 안정된 시스템을 유지해야 3대 해운 동맹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유동성 문제가 해결돼야 하고 덩치를 키워 중장기적으로 타 동맹과 경쟁할 수 있는 선박이 공급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1만3000TEU(20피트 길이 크기의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단위) 이상 선박을 확보하는 것이 타 동맹 선사에 신뢰감을 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선박 건조를 위한 정부의 금융 지원을 요청했다.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내년 초 새 해운동맹 출범… 지혜 모아 대응을”
입력 2016-04-26 00:10